삼학년 - 박성우
미숫가루를 실컷먹고 싶었다
부엌 찬장에서 미숫가루통 훔쳐다가
동네우물에 부었다
사카린이랑 슈가도 몽땅 털어 넣었다
두레박을 들었다 놓았다 하며 미숫가루를 저었다
뺨따귀를 첨으로 맞았다
미숫가루를 실컷먹고 싶었다
부엌 찬장에서 미숫가루통 훔쳐다가
동네우물에 부었다
사카린이랑 슈가도 몽땅 털어 넣었다
두레박을 들었다 놓았다 하며 미숫가루를 저었다
뺨따귀를 첨으로 맞았다
***
꽤 유명한 시다.
읽어보면 유명할 수 밖에 없겠음을 단박에 알 수 있을거야..
졸라 웃겨..ㅎㅎ
난 말이야..시는 이런거라고 봐..
너무 심미적 혹은 탐미적 혹은 경건한 척 형이상학적인거 말고
쌩으로 리얼하게 솔직하게 공감 가는 것..뭐 그런게 좋아..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거..뭐 그런 시가 위대한 시라고 봐..
물론 이런류의 시중에도
간혹가다가 멋을 좀 부린 시도 있지만
그래도 근본적으로 유머와 위트, 공감과 감동이 있는 것도 좋아..
근데 엄청 똥폼잡는 시들이 있는데..당췌 뭔 소린지 못알아 먹겠는거지..
내가 고운씨의 시를 그래서 별로 안좋아해..
감동이 있는 것도 아니고, 공감이 가는 것도 아니고..쩝.
그의 시가 문학적으로 얼마나 가치 있는 줄 모르겠지만
읽는 사람들에게 공감을 일으키지 못하는 시가 무슨 의미가 있을찌..
괜히 지적허영으로 먹고 살려는 평론가들이나 좋아할까..
어쨋거나..
왠지 미숫가루 실컷 먹여 주고 싶다.
근데 아마 이 시의 주인공 삼학년은 요즘 애들은 아닐것 같어..
요즘 애들은 워낙 입맛이 고급이라 미숫가루는 별로 안좋아할 것 같거든..
게다가 요즘애들은 워낙 영악하고 눈치가 빼꼼이라..
삼학년쯤 되면 어른들한데 빰따구 맞을 저런 엉뚱한 짓은 안할 것 같어..^^
가끔 시는 그런것 같어..
소리없이 미소짖게 하는 것
계산없이 끄덕이게 되는 것
생각없이 눈물짖게 하는 것
뭐 그런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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