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ptember 27, 2014

심학년 - 박성우

 
 
 
 
 
 
 
 
 
 
 
 
 
 
 
 
 
 
 
 
삼학년 - 박성우

미숫가루를 실컷먹고 싶었다
부엌 찬장에서 미숫가루통 훔쳐다가
동네우물에 부었다
사카린이랑 슈가도 몽땅 털어 넣었다
두레박을 들었다 놓았다 하며 미숫가루를 저었다

뺨따귀를 첨으로 맞았다

***
 

꽤 유명한 시다.
읽어보면 유명할 수 밖에 없겠음을 단박에 알 수 있을거야..
졸라 웃겨..ㅎㅎ

난 말이야..시는 이런거라고 봐..
너무 심미적 혹은 탐미적 혹은 경건한 척 형이상학적인거 말고
쌩으로 리얼하게 솔직하게 공감 가는 것..뭐 그런게 좋아..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거..뭐 그런 시가 위대한 시라고 봐..

물론 이런류의 시중에도
간혹가다가 멋을 좀 부린 시도 있지만
그래도 근본적으로 유머와 위트, 공감과 감동이 있는 것도 좋아..

근데 엄청 똥폼잡는 시들이 있는데..당췌 뭔 소린지 못알아 먹겠는거지..
내가 고운씨의 시를 그래서 별로 안좋아해..
감동이 있는 것도 아니고, 공감이 가는 것도 아니고..쩝.
그의 시가 문학적으로 얼마나 가치 있는 줄 모르겠지만
읽는 사람들에게 공감을 일으키지 못하는 시가 무슨 의미가 있을찌..
괜히 지적허영으로 먹고 살려는 평론가들이나 좋아할까..

어쨋거나..
왠지 미숫가루 실컷 먹여 주고 싶다.
근데 아마 이 시의 주인공 삼학년은 요즘 애들은 아닐것 같어..
요즘 애들은 워낙 입맛이 고급이라 미숫가루는 별로 안좋아할 것 같거든..
게다가 요즘애들은 워낙 영악하고 눈치가 빼꼼이라..
삼학년쯤 되면 어른들한데 빰따구 맞을 저런 엉뚱한 짓은 안할 것 같어..^^

가끔 시는 그런것 같어..
소리없이 미소짖게 하는 것
계산없이 끄덕이게 되는 것
생각없이 눈물짖게 하는 것
뭐 그런거...^^*


No comments:

Post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