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ptember 27, 2014

삼십대 - 심보선


















삼십대 - 심보선(1970~ ) 


나 다 자랐다, 삼십대, 청춘은 껌처럼 씹고 버렸다.
가끔 눈물이 흘렀으나 그것을 기적이라 믿지 않았다,
다만 깜짝 놀라 친구들에게 전화질이나 해댈 뿐,
뭐 하고 사니, 산책은 나의 종교, 하품은 나의 기도문,
귀의할 곳이 있다는 것은 참 좋은 일이지,
공원에 나가 사진도 찍고 김밥도 먹었다,
평화로웠으나, 삼십대, 평화가 그리 믿을 만한 것이겠나,
비행운에 할퀴운 하늘이 순식간에 아무는 것을 잔디밭에 누워 바라보았다,
내 속 어딘가에 고여 있는 하얀 피, 꿈속에, 니가 나타났다,
다음 날 꿈에도, 같은 자리에 니가 서 있었다,
가까이 가보니 너랑 닮은 새였다(제발 날아가지 마),
삼십대, 다 자랐는데 왜 사나, 사랑은 여전히 오는가, 여전히 아픈가
 여전히 신열에 몸 들뜨나, 산책에서 돌아오면 이 텅 빈 방,
누군가 잠시 들러 침만 뱉고 떠나도, 한 계절 따뜻하리,
음악을 고르고, 차를 끓이고, 책장을 넘기고, 화분에 물을 주고,
이것을 아늑한 휴일이라 부른다면, 뭐, 그렇다 치자,
창밖, 가을비 내린다, 삼십대,
나 흐르는 빗물 오래오래 바라보며, 사는 둥, 마는 둥, 살아간다

***


삼십대가 되면..뭐 있을 것 같지..없다.
사십대, 오십대, 육십대가 되면..뭐 있을 것 같지..? 마찬가지다.

따지고 보면 인간의 삶이란게 본래 사는 둥, 마는 둥인 거다.
그 권태롭고 무기력한 삶에 나름 활력을 주기위해 지지고 볶기위해
연애를 하고, 결혼을 하고, 자식 낳아 양육하며 아웅다웅하는 거다.
그렇게 지지고 볶다보면 권태로울 틈이 없다.
잠깐의 행복이 가끔 찾아오기는 하지만..
일상의 대부분은 여전히 번뇌와 괴로움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그 또한 나름 재미있는 일이다.

이십대, 삼십대, 사십대, 오십대, 육십대..그저 마음가는데로 사는게 장땡이다.
무슨 나이대에는 이래야 된다거나 저래야 된다거나 하는 말들은
다 부질없는 견소리에 불과하다. 어느 나이대 건 믿을만한 나이란 없다.
누구 말처럼..모든 존재는 그 존재만큼 슬픈 것이듯이..
어느 나이때건 그 나이때의 슬픔이 있는 것이거든..

분명한 건 나이 들수록 삶이 무기력해지고 낙담이 늘어간다는 것이다.

삼십대..아직 창창할때다.
고상해도 좋고, 고상하지 않아도 좋다. 타인에게 피해를 주는 것이 아니라면
절라 일하고, 열나게 놀고, 가열차게 사랑해라.. 그래야 나중에 후회가 없다.
정~ 할게 없으면 산책을 하고, 사진도 찍고, 김밥도 먹어라.
그도 아니면 음악을 고르고, 차를 끓이고, 책장을 넘기고, 화분에 물을 주어도 좋다.
SNS를 하거나, 블로그를 하거나, 채팅을 하거나, 게으르게 하품을 하거나, 멍때려도 좋다.
안될게 뭐가 있는가..쩝.

열심히 산다고 다들 난리법석이지만..결국 다~사는 둥, 마는 둥 살아가는 거다.
지나고 봐도 마찬가지다. 삼십대, 사십대..다들 열심히들 산다고 살았겠지만
지나고 보면 다~고만고만하게 살았다. 그럼 된거지..젠장..인생 뭐 있냐..쩝.

너무 거창한 슬로건 같은 것으로 스스로의 삶에 미안해 할 필요는 없다.
요즘은 게으름도 미학이라잖은가..

물론 그럴려면..속물근성에 쩌든 주변사람들의 쓸데없는 오리랖스러운 관심과 참견쯤은
가볍게 무시해 주는 내공쯤은 쌓아 놓으셔야 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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