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ptember 27, 2014

껍데기는 가라 - 신동엽

 
 
 
 
 
 
 
 
 
 
 
 
 
 
 
 
껍데기는 가라 - 신동엽
 
껍데기는 가라.
사월도 알맹이만 남고
껍데기는 가라.
껍데기는 가라.
동학년 곰나루의, 그 아우성만 살고
껍데기는 가라.
그리하여, 다시
껍데기는 가라.
이곳에선, 두 가슴과 그곳까지 내논
아사달 아사녀가
중립의 초례청 앞에 서서
부끄럼 빛내며
맞절할지니
껍데기는 가라.
한라에서 백두까지
향그러운 흙가슴만 남고
그, 모오든 쇠붙이는 가라.
 
***
 
헐..오랫만에 다시 보는 시 일세.. 
민주니 투쟁이니 하는 말들과 어울렸던 시 였는데.. 
요즘은 세월이 좋아져(?) 껍데기는 가라는 시인의 외침이 희미해진 걸까..?
잘 모르겠다.
 시를 읽고..뭐라고 말을 하고 싶은데..딱히 나오질 않는다. 
 
그나저나 정말 작금의 대한민쿡에서
껍데기들은 이제 좀 사라졌을까..
아니면 쇠붙이가 되어 철판으로 존재하는 건 아닐까..
 
예전 침튀기며 껍데기를 저주하던 사람들은 
이제 더이상 껍데기라는 말에 가슴뜨거워지지도 않고 
그저 돼지껍데기에 일잔 기울이는 사람들이 되었다.
변명을 하자면 처자식 먹여 살리느라, 먹고사느라 그랬다지만 
세월이 가면서..열정도 식었고, 분노와 용기도 사라졌다. 
그저 겨울 햇볕 한켠을 그리워하며 꾸뻑이는 노인들이 되어갈 뿐이다. 
허긴 새로운 시대는 새로운 세대들이 만들어 가는 것이겠지 싶다. 
 
뒤돌아 보면..예전보다 그래도 민주적이 된 것 같기는 하지만 
당췌 실감이 오질 않는다. 나아지기는 하는 건가..쩝. 모르겠다.
 
어쨋거나 예전에 돼지 껍데기에 쐬주 빨며 많이들 읊조렸던 시였는데
그때 침 튀기며 쐬주 빨며 껍데기는 가라고 외치던 년넘들은 
이젠 다 먹고 살겠다고 더 두꺼운 껍데기들이 되었다. 
뭐 나도 마찬가지고..쩝. 
 
아, 젠장..씁쓸해 지네..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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