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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y 26, 2018

쉰..


쉰 - 정일근

아침에 끓인 국이
저녁에 다 쉬어버렸다
냄비뚜껑을 열자
훅하고 쉰내가 덮친다
이 기습적인, 불가항력의 쉰내처럼
남자의 쉰이 온다
일상의 뒤편에서
총구를 겨누던 시간의 게릴라들이
내 몸을 무장해제 시켜놓고
나이를 묻는다
이목구비 오장육부
나와 함께 사는 어느 것 하나
나이보다 뒤쳐서
천천히 오지 않는다
냄비에 담긴 국을
다 쏟아버려도
사라지지 않는 쉰내
냄비를 씻고 또 씻어도
지워지지 않는 쉰내
이미 늦었다
나의 생은 부패하기 시작했다
내 심장 가까운 곳에서부터
빠르게 빠르게

***

사람 나이 쉰은 쉬어버린 국처럼 쉰내가 난다.
지우려해도 지워지지 않는 과거의 흔적들이 지독한 냄새를 풍기는 것이다.
이미 늦었다.
씻고 또 씻어도 냄새는 지워지지 않는다.
생은 이미 부패했고 앞으로
더 빠르게 부패하며 더 지독한 쉰내를 풍길 것이다.
오늘도 쉰은
어제보다 한그릇 더 슬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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