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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gust 4, 2018

다시 스무살이 되면..


​다시 스무살이 된다면 - 이정화
                          
쉽게 사랑하고 쉽게 헤어지겠어 
분수가 있는 광장에서
부끄럼 없는 첫 키스를 하겠어 
지붕 없는 빨간 자동차를 타고
바다가 보이는 언덕길을
전속력으로 질주 하겠어 
불량한 처녀가 되겠어 
불량한 총각이라도 좋아 
어디든 막힘없이 떠돌다 
붉은색 루즈가 번진 입술을 반쯤 벌리고 
꾸벅꾸벅 졸기도 할 거야 
그곳이
언제 어느 곳이라도 좋아 
지금 앉아있는 그 자리가 나에게는 
세상에서 가장 편안한 잠자리가 될 테니까 
풀썩거리는 짧은 치마로 어디든 가겠어
처음이자 마지막처럼 후회 없는 사랑도 할 거야 
이리오렴 아가야! 
청춘은 여름 한 낮 쏟아지는 장대비라서
벼락같이 흘러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 거란다 
마음껏 즐기고 마음껏 사랑하렴 
너희를 바라보는 세상의 엄정한 눈길은 
엄마의 치마폭에 감춰둔 사랑을
몰래 훔치고 싶어하는 늙은 개 같은 연민 이란다 
다시 당신을 사랑하기 위하여, 
쉽게 사랑하고 쉽게 헤어져 
훗날
아프지 않고도 만날 수 있게 
스무살 그때
그렇게 살겠어

***

나도 만약 다시 스무살이 된다면 쉽게 사랑하고 쉽게 헤어지겠다.
분수가 있는 광장에서 부끄럼 없는 키스를 하겠고
지붕 없는 빨간 자동차도 함 타고
바다가 보이는 언덕길을 전속력으로 질주 해 보겠다.
불량한 처녀 총각이 되어 나보다 더 불량한 처녀 총각을 만나 보겠다.
잔머리 안 굴리고 따지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너를
처음이자 마지막처럼 후회 없이 마음껏 즐기고 마음껏 사랑하겠다.
고상한 척 엄숙한 척 사랑에 대해 훈계하는 늙은 개 같은 어른들의 말일랑 개 무시하고
장대비 같은 너를 사랑겠다.
그리하여 훗날 쉽게 사랑하고 쉽게 헤어져도 아프지 않고도
너를 다시 만날 수 있게 스무살 그때 그렇게 살겠다.
만약 다시 스무살이 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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