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ugust 11, 2018

저, 저 하는 사이에..


저, 저, 하는 사이에 - 이규리 

그가 커피숍에 들어섰을 때
재킷 뒤에 세탁소 꼬리표가 그대로 달려 있었다
여기까지 오는 동안
왜 아무도 말해주지 못했을까
그런 때가 있는 것이다
애써 준비한 말 대신 튀어나온 엉뚱한 말처럼
저 꼬리표 탯줄인지 모른다
그런 때가 있는 것이다
상견례하는 자리에서
한쪽 인조 속눈썹이 떨어져나간 것도 모르고
한껏 고요히 앉아 있던 일
각기 지닌 삶이 너무 진지해서
그 일 누구도 말해주지 못했을 것이다
저, 저, 하면서도 말하지 못했을 것이다
7년간의 연애를 덮고 한 달 만에 시집간 이모는
그 7년을 어디에 넣어 갔을까
그런 때가 있는 것이다
아니라 아니라 못하고 발목이 빠져드는데도
저, 저, 하면서
아무 말도 아무 말도 할 수 없는 그런 때가
있는 것이다

***
저, 저, 하면서 아무 말도 아무 말도 할 수 없는 그런 때도 있고
저, 저, 하면서 때를 놓치기도 하고
세상 모든 일들과 것들이 그렇게 주저주저 하는 사이에 지나가고 사라진다.

청춘이라고 살아갈 날이많이 남은 것이아니다.
태어나면서부터 인간은 살아갈 날이 얼마 남지 않은 존재가 된다.

저, 저 하지 말고.. 일단 저지르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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