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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gust 19, 2018

고슴도치..


고슴도치 - 김환식

고슴도치 같은 사람이 있다
나도 가끔은 고슴도치가 된다
어쩌면 우리 모두
고슴도치처럼 살아가는지도 모른다
내 몸 속에는 수만 개의 가시바늘을 숨겨놓은 채
남의 가시 하나에 내가 다칠세라
엉거주춤 견제하며 살아가는 것이다
간격을 두고 산다는 것은
적당하게 불신하며 산다는 것이다
내 숨겨둔 가시에 찔린, 그의 
상처를 품어줄 수 있을 때
불신은 치유의 길을 걷을 수 있다
가까우면 가까운 사이일수록
소소한 말 한 마디에
당신의 가슴은 무너지는 것이다
고슴도치도 새끼를 품고 산다
사랑한다는 것은
서로의 가시에 찔려보는 것이다

***

사랑한다는 것은 서로의 가시에 찔려보는 것이라지만
이젠 굳이 그 가시에 찔리고 싶지는 않다.
뭐 핑계는 많다. 나이 탓, 세월 탓이겠지.. ​무작정 찔려 보기엔 너무 늙어 버렸다.

그래서 적당한 간격을 두기로 했다.
사소한 말 한 마디에 가슴이 무너지는 일이 없는 그런 사이였으면 좋겠다.
행여 비수 같은 말을 듣더라도 곧 회복되는 적당한 간격이 있는
그런 사이가 차라리 좋다.
혹자는 그러다 외롭게 늙어 죽는다고 걱정이지만.. 다 운명이고 팔자다.
바라는 게 없고, 덕 볼 생각도 없고, 기댈 생각도 없으니 가시에 찔릴 일은 없다.
물론 나만의 생각이자 방식이다.
찔려야만 사랑이라고 믿는 사람들은 더 깊이 오래 가시에 찔리시면 된다.
당신은 당신 방식으로 나는 나의 방식으로
우린 그저 각자의 방식으로 세상에 존재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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