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티 - 임보
- 문정희의 '치마' 를 읽다가
- 문정희의 '치마' 를 읽다가
그렇구나.
여자들의 치마 속에 감춰진
대리석 기둥의 그 은밀한 신전
남자들은 황홀한 밀교의 광신도들처럼
그 주변을 맴돌며 한평생 참배의 기회를 엿본다
여자들이 가꾸는 풍요한 갯벌의 궁전
그 남성 금지구역에 함부로 들어갔다 붙들리면
옷이 다 벗겨진 채 무릎이 꿇려
천 번의 경배를 해야만 한다
그러나, 그런 곤욕이 무슨 소용이리
때가 되면 목숨을 걸고 모천으로 기어오르는 연어들처럼
남자들도 그들이 태어났던 모천의 성지를 찾아
때가 되면 밤마다 깃발을 세우고 순교를 꿈꾼다
그러나, 여자들이여, 상상해보라
참배객이 끊긴
닫힌 신전의 문은 얼마나 적막한가!
그 깊고도 오묘한 문을 여는
신비의 열쇠를 남자들이 지녔다는 것이
얼마나 다행스런 일인가!
보라,
그 소중한 열쇠를 혹 잃어버릴까 봐
단단히 감싸고 있는 저 탱탱한
남자들의 팬티를!
***
이 시는 지난번 문정희 시인의 치마라는 '시'에 대한 화답인가?
근데 뭐라 코멘트를 할 수가 없네.. ^^;
문정희 시인도 그렇고 위 임보 시인도 그렇고.. 시인들의 은유는 한계가 없는 듯하다.
그나저나 어떤 사람은 남자 팬티는 '삼각'이 좋다지만
난 삼각 보다는 '드로즈'가 더 낮던데.. TMI(too much information)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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