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시화 - 잘못된 견해...
불교에서는 '잘못된 견해(wrong view)'를 큰 죄로 여긴다. 다른 종교와 마찬가지로 생명을 해치지 말 것과 남의 소유물을 빼앗지 말 것 등의 계율이 있지만 영적 차원에서 그것들보다 큰 죄는 '잘못된 견해'를 갖는 일이다. 잘못된 견해는 진리로 나아가는 길을 가로막고 어리석음에서 벗어날 수 없게 만들기 때문이다. 우리의 마음은 삶을 창조하는 멋진 일을 하지만 동시에 자신을 가두는 최악의 적이 될 수도 있다.
똑똑한 사람일수록 가정과 가설을 진리라고 믿는다. 그들의 영리함이 오히려 거짓을 진실로 바꾸고, 진실을 논리적으로 부정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똑똑한 체하는 바보로 전락한다. 자기 논리의 희생자가 된 것이다. 우리 주위에 이런 사람이 적지 않다.
잘못된 견해를 갖는 것보다 더 큰 죄가 있다. 잘못된 견해를 다른 사람들의 마음에 전파하는 일이다. 100명의 사람에게 거짓을 진실이라고 전파하는 것은 100명의 사람을 해치는 일 못지 않게 악한 행위이다. 때로는 죄가 더 무겁다. 그 거짓을 진실이라고 믿는 사람들이 그것을 근거로 더 많은 사람들을 해치기 때문이다. 역사 속에서 일어난 수많은 전쟁과 학살과 폭동이 그것이다.
그리고 100명을 죽이는 것보다 100명의 사람을 선동하는 것이 훨씬 쉽다. 그러면 거짓을 진실이라고 믿는 100명이 또 다른 100명에게 전파하고, 그 세력이 점점 커져서 거짓 신념 체계를 만들고 공동체의 운명을 좌우한다. 그런 사회에서 거짓은 진실의 그럴듯한 옷으로 위장하고, 누추한 옷의 진실은 외면당하거나 추방당한다.
인도 우화집 『판차탄트라』에 나오는 이야기가 있다. 한 남자가 염소 한 마리를 사서 어깨에 메고 집으로 가고 있었다. 건달 세 명이 그 염소를 가로채기로 계략을 세웠다.
첫 번째 건달이 남자에게 다가가 말했다.
"왜 똥개를 짊어지고 가시오?"
남자가 어처구니없어하며 말했다.
"무슨 말을 하는 거요? 이건 개가 아니라 염소요."
남자는 고개를 저으며 자신의 길을 갔다.
다음 골목에서 두 번째 건달이 다가오며 말했다.
"왜 똥개를 어깨에 짊어지고 가시오?"
"이건 개가 아니라 염소요."
남자는 잠시 혼란스러웠지만 계속 길을 갔다.
조금 더 가자 세 번째 건달이 기다리고 있다가 말했다.
"왜 똥개를 짊어지고 가시오?"
완전히 자신감을 잃은 남자는 염소를 사악한 동물이라 여기고 길에 버리고 달아났다.
누군가 당신에게 "이것이 진실이다."라고 말하면, 그것을 진실이라고 믿기 전에 그렇게 말하는 사람을 바라봐야 한다. 그 사람이 당신에게서 무엇을 얻어내기 위해 그 말을 하는가 살펴야 한다. 예를 들어, 당신이 그 사람의 주장을 따르며 그에게 권력을 주면 그는 그 권력으로 당신을 지배할 것이다. 그것은 삶의 의미와 환희를 잃는 일이다. 길은 우리를 본래의 존재로 인도하고 천 개의 길로 인도해야 한다. 세계는 모순들과 대조들의 다양성 덩어리 자체이며 비이성적인 영리함이 지배한다고 독일 시인 횔덜린이 말했지만, 막다른 길로 향하게 하는 길은 길이 아니다. '최선을 다해 속이는' 사람들에게 '최선을 다해 속지' 말아야 한다.
출처: https://www.facebook.com/poet.ryushi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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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말하자면, 무언가를 알고, 깨닫고, 옳은/바른/좋은 견해를 갖는다고 사람이 행복해지거나 기분좋아지거나 어떤 이득이 생기는 것은 아니다. 그것도 사람마다 다르다.
어떤 사람은 무언가를 알고, 깨닫고, 옳은/바른/좋은 견해를 갖는 것에서 기쁨과 희열과 행복을 느끼기도 하지만, 어떤 사람은 무언가를 알고, 깨닫고, 옳은/바른/좋은 견해를 갖고 있다는 이유로 정신적 심리적 고통을 받는 경우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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