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스페셜] 사건번호 '2016헌나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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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와 권리가 주워질수록 책임과 의무도 함께 늘어난다. 먹고사는 것에만 집중하고 먹고사는 것에만 탁월하면 되었던 시절에는 그저 먹고 사는 것에 모든 정신을 쏟으면 잘 먹고 잘 살면 되었다. 그도 그럴 것이.. 그렇지 않으면 굶어 죽는 것을 걱정하던 시절이었으니 말이다.
근데.. 시간이 흐르고 계절이 변하듯 시절이 변했다. 이젠 먹고사는 것에 모든 것을 걸어야 하는 시절은 아니다. 적어도 요즘 시절에서는 굶어 죽는 사람은 극히 예외적인 경우가 되었으니 말이다.
문제는 그 두 개의 서로 다른 시대를 걸쳐서 살아오고 존재했던 사람들의 과거와 현재 사이의 충돌이다. 그 충돌은 자기 자신의 내부에서 발생하는 내적 충돌뿐 아니라.. 과거 시절을 경험하지 못한 현재만을 경험한 다른 존재들과의 충돌이다.
문제는 그것이 누구의 잘잘못인지를 구분하기가 매우 어렵다는 것이다. 누구나 그 시절을 경험하고 그 시절에 존재하는 사람들은 그 경험과 존재를 근거로 하여 의식과 가치관이 형성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굳이 애써 누가 더 노력해야 하고, 더 이해해야 하고, 깨달아야 할 것인가를 논한다면.. 과연 누구에게 더 그 노력과 이해의 책임을 더 부여할 것인가? 과거와 현재를 경험하고 살아가고 있는 소위 말하는 나이 먹은 사람들일까, 아니면.. 현재를 살면서 더 많은 정보와 지식을 가진 사람들일까? 쉽지 않은 질문이다.
위와 같은 이유로.. 안타깝지만 지금 현재 한국에서 세대차이가 나는 가족 간의 정치적 대화, 토론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대화와 토론은 서로 비슷한 정보와 지식, 이해력, 판단력, 통찰력 등등을 가진 사람들이 서로 자신의 주장을 펼치며 상대를 설득하는 과정인데.. 서로 다른 정보와 지식 이해력, 판단력, 통찰력 등등을 가진 사람들 간의 대화와 토론의 결말이란 거의 안 봐도 비디오일 수밖에 없다. 특히나 죽으나 사나 평생 얼굴을 마주해야 하고, 함께 살아야 할 가족이라면 더욱 그렇다. (아예 모르는 사람들이라면 끝장이 날 때까지 갑론을박을 하겠지만 가족 지인 친구 간에는 거의 불가능하다.)
딱히 방법이 없다. 결국 시간이 약일 뿐이다. 다만 지금 젊은 세대가 미래의 늙은 세대가 되어.. 미래의 젊은 세대로부터 어떤 비판 혹은 핀잔을 듣는다면 부디 미래의 시점에서 깊이 스스로를 성찰해 볼 일이다. 쉽지는 않겠지만 말이다. 존중은 거저 얻어지는 것은 아닐 것 같다. 현명한 노인, 성찰하는 노인, 깨달은 노인과 현명한 젊은 인, 성찰하는 젊은 인, 깨달은 젊은 인들이 더 존중받기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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