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ptember 29, 2014

끼니 - 고영민














끼니 - 고영민

병실에 누운 채 곡기를 끊으신 아버지가
그날 아침엔 밥을 가져오라고 하셨다
너무 반가워 나는 뛰어가
미음을 가져갔다
아버지는 아주 작은 소리로
그냥 밥을 가져오라고 하셨다
아주 천천히 오래오래
아버지는 밥을 드셨다
그리고 다음날 돌아가셨다

우리는 원래와 달리 난폭해진다
때로는 치사해진다
하찮고 사소한 것에 목숨을 걸기도 한다
가진 게 그것뿐이기 때문이다
그것이 전부이기 때문이다

한겨울, 서울역 지하도를 지나다가
한 노숙자가 자고 있던 동료를 흔들어 깨워
말하는 것을 들은 적이 있다
먹어둬!
이게 마지막일지 모르잖아


***

따지고보면 모든것이 (현실이라는 이름의) 밥 때문이다.
현실은 다~ 먹고 살자고 그런것이다.
필부들이 악행을 저지르는 것도 밥 때문이고
치사해지고, 난폭해지는것도 밥 때문이고
속이고 위조하고 거짓하는 것도 밥 때문이다.
부정하고 부패하는 것도 그 빌어쳐먹을 밥 때문이다.

모든것은 다~그 한그릇의 끼니를 위해 그런 것이다.

필부에게 밥이란 하늘이자 전지전능자이고
뜻이며 길이기도하고..또한 의미이자 목적일지도 모르겠다.

먹기위해 사는 건지,
살기위해 먹는건지 따져봐야 무슨 소용인가..
한그릇의 밥과 한 끼 식사앞에선 다 이해되고
용서되고, 용납되는것을..

기회 있을때 먹어둬야한다.
그것이 마지막일지도 모르는 일이다.

배부른 돼지가 배고픈 소크라테스를 항상 이기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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