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ptember 27, 2014

샌드위치맨 - 신철규

 
샌드위치맨 - 신철규

그는 무심과 무관심 사이에 있다
그는 좀 더 투명해져야만 한다
 
그는 처음에 모자와 마스크로 변장을 했지만
오히려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최선의 변장이란 것을 깨닫는다
그는 아침마다 거울을 보고 입술을 지운다
 
그는 앞뒤를 구분하지 못한다
그는 말과 말 사이에 갇혀 걷는다
말의 고삐에 꿰여 말의 채찍질을 받으며
 
그는 납작해진다
그는 양면이 인쇄된 종이가 된다
사람들이 그를 밟고 간다
그의 온몸은 발자국투성이다
 
어제는 피캣을 든 한 무리의 시위대와 함께 걸었다
그는 목소리가 없어 추방당했다
 
그는 앞뒤로 걸친 간판을 벗고
그늘에 앉는다
 
건물과 건물 사이에 낀 그늘
그림자와 그림자가 겹쳐 더욱 짙어지는 그늘
 
사람들은 그가 그렇게 두툼한 줄 그제야 알아본다
 
***
 
이 시를 읽다가
문득 이 시가 왠지 현대를 살아가는 현대인의 모습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남자들..쩝. 봉건적 마쵸주의에서 벗어나야)
 
따지고 보면 우린 모두 샌드위치맨이다.
항상 무관심과 무관심 사이에서 힘겹게 산다.
투명해져야 하는데..그러질 못한다.
왜..? 먹고나느라, 먹여 살리느라..
(여자들은 좋겠다 먹여 살리지 않아도 뭐라 안하니깐..그러니 인간평등은 묘연하다.)
 
급기야 말속에 갇혀 앞뒤를 분간하지 못하기도 한다.
때때로 종이처럼 납작 엎드리기도하고..심지어 누군가 밟고 지나가도 참아야 한다.
잠시의 휴식을 위해 그늘에 앉아도 그림자만 짙어진다.
 
혹시 훌훌 털어버리면..
무관심했던 사람들이 그 남자가 그리 두툼한 줄 알아보기나 할까..
(쓰다보니 얼마전 죽은 성**씨가 생각나네..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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