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낙지는 죽어도 산낙지다-정해종
산낙지...... 한 뼘 접시 위를 온몸으로 기어서
안간힘을 다해 접시 바닥에 짝 달라붙어서
살겠다는 게 아니라, 다만 죽지 않겠다는 것이다
삶을 포기한 지 오래지만, 삶을 포기했다는 것도
그러니까 포기한 삶을 살겠다는 것이다
무언가 증명해 보이려고 애쓰는
거덜난 육신의 한 점을 아무런 느낌도 없이
초장에 푹 담궈 입 안에 털어넣으며
때이른 낮술을 마신다
애써 말하지 않아도 알겠다는 듯, 조용히
정해종 시집 '우울증의 애인을 위하여' 중에서..
***
삶에 대한 집착인지 애정이지..
산낙지의 짝 달라붙음 같은 의지를 지닌 자의 낮술은 어떤 맛일까..?
게다가 삶에 대해 무언가 증명하듯 혹은 깨달은 듯..
무심히 초장에 푹 담궜다가 낮술과 함께 먹는 산낙지.. 맛있겠다. 쩝.
그나저나 나는 어제 낮술 한 잔 할 수 있을까..
삶에 대한 집착과 애정을 알아야 초장에 푹 담궈 먹을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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