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bruary 13, 2015

책리뷰-책리뷰-창문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
Book Review-Jonas Jonasson


책속으로
노인은 자기가 왜 트렁크를 훔칠 생각을 했을까 자문해 보았다. 그냥 기회가 왔기 때문에? 아니면 주인이 불한당 같은 녀석이라서? 아니면 트렁크 안에 신발 한 켤레와 심지어 모자까지 하나 들어 있을지 모른다는 기대감에서? 그것도 아니면 자신은 잃을 게 아무것도 없기 때문에? 정말이지 이 중에서 무엇이 정답인지 알 수 없었다. 뭐, 인생이 연장전으로 접어들었을 때는 이따금 변덕을 부릴 수도 있는 일이지……. 그가 좌석에 편안히 자리 잡으며 내린 결론이었다. - pp.15~16

그러고 나서 율리우스는 트렁크를 주방 식탁 위에 올려놓고 자물쇠를 살펴봤다. 그가 말코손바닥사슴고기 스테이크를 감자와 곁들여 먹을 때 사용했던 포크를 혓바닥으로 스윽 핥은 다음 자물쇠 구멍을 쑤시자 자물쇠는 몇 초도 버티지 못했다. 그는 알란더러 훔쳐 온 분은 당신이니 직접 여시라고 권했다. 「우리 사이에 네 것 내 것이 어디 있소?」 알란이 대꾸했다. 「얻은 것을 정확히 반씩 나눌 거요. 하지만 만일 이 속에 내게 맞는 신발 한 켤레가 들어 있다면, 그건 내가 챙기겠소.」알란은 트렁크 뚜껑을 들어 올렸다. 세상에나!」 알란이 외쳤다. 세상에나!」 율리우스도 입을 딱 벌렸다. - pp.35~36

「트루먼 대통령이 당신 이름의 정확한 철자를 알고 싶답니다. 직접 통화해 보실래요?」 알란이 베리크비스트에게 말했다. 거의 무아지경 상태에서 미합중국 대통령에게 자기 이름의 철자를 대고 난 제3서기관 베리크비스트는 수화기를 내려놓고 적어도 8분 동안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 8분은 타에 엘란데르 수상이 두 가지 지시 사항을 하달하기 위해 테헤란 주재 스웨덴 대사관의 제3서기관 베리크비스트에게 전화를 거는 데 필요한 시간이었다. 첫째, 즉각 알란 칼손에게 외교관 여권을 발급할 것. 둘째, 칼손 씨가 조속히 귀국할 수 있게 조치할 것.「하지만 이분은 주민 등록 번호도 없는걸요.」 제3서기관 베리크비스트가 우는 소리를 했다.「그 문제는 제3서기관이 알아서 해결하도록 하시오. 제4서기관 또는 제5서기관이 되고 싶지 않다면 말이오.」 엘란데르 수상이 쏘아붙였다. 「하지만 제4서기관 같은 것은 없는데요. 제5서기관도 없고요…….」「그렇다면 결론이 뭐겠소?」- p.234

중국이 대안이 될 수 있을까? 알란과 헤르베르트가 흑백 줄무늬 죄수복을 입고 있다면 대답은 [아니요]겠지만 지금은 사정이 달라졌다. 알란이 소련의 원수로 변신한 이후 한국의 강력한 이웃은 [위협]에서 [약속]으로 바뀐 것이다. 만일 김일성이 멋진 소개장까지 써준다면 금상첨화이리라. (……) 알란은, 계획은 이 정도면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먼저 김일성에게 탱크 3백 대를 선사할 것이다. 아니, 4백 대도 무방하리라. 쩨쩨하게 굴 이유는 전혀 없으니까. 그런 다음 위원장 동무에게 정중히 부탁하리라. 마오쩌둥 동무와도 볼일이 있으니 중국까지 갈 교통수단과 비자 좀 마련해 달라고. 알란은 자신의 빈틈없는 계획에 만족했다.- p.341 [예스24 제공]

http://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7264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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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디로..대단히 재미있게 읽었다.(개인적으로 소설을 일단 재미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게다가 쓸데없는 어떤 색깔 묘사나 분위기 묘사가 없어서 개인적으로 너무 맘에 들었다.
500페이지의 분량이지만 그야말로 속도감 있게 읽을 수 있다. 번역도 대단히 잘 된 것 같다. 일단 속도감이 너무 좋더라.. 100세노인이 격는 사건사고가 끈이질 않아 그야말로 지루한 틈이 없을 뿐 아니라..그 사건사고들이 너무나 황당하고 기상천외하여.. 읽으면서 혼자 미친놈처럼 연신 키득거릴 수 있어서 좋았다.(지하철에서 누가봤다면 나를 반쯤 미친놈이라고 할만했을 것이다.)

주인공 "알란"이 격는 혹은 격었던 사건사고들을 보면 너무나 황당하고도 기상천외해서 그야말로 실소를 자아내기 충분한데..그 황당함이 하늘을 날고 땅을 가르는 무협소설 수준이 아닐까 싶다. 하지만 희얀하게도 그가 격는 그 황당하고도 기상천외한 사건들이 묘하게 엮여서 나름 계연성을 가지는 것 같이 느껴진다. 사실 따지고 보면..계연성을 찾기는 어렵겠지만.. 작가의 능력인지.. 그 말도 안되는 사건들이 마치 계연성을 대단히 갖는 것처럼 이내 설득되어 버리는 것 같다.

생각해 보면.. 알란은 거의 슈퍼울트라 능력자이지 않나 싶다. 도대체 못하는 것이 없고.. 어떻게 그처럼 억세게 운이 좋을 수가 있단 말인가.^^ 개인적으로 그와 견줄만한 수준의 능력자는.. 다름 아닌 핫도그 장수 "베니"다. 거의 의사이면서, 거의 문학가이며..또한 거의 회계사이고 거의 건축가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이 책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하나같이 골때림을 넘어 어처구니 없게 생각되기도 한.. 그야말로 정상인 듯 정상아닌 듯, 정산인 듯한 등장 인물들인 것이다. 그렇지만 그 인물들이 모두 악인처럼 느껴지지 않는 것 또한 매력이지 않나 싶다. 심지어 "알란"이 이런저런 이유로 "네버 어게인"이라는 갱단의 3류 갱단 맴버 둘을 죽였음에도 불구하고 밉상스럽지 않고.. 그 갱단 두목조차 순진 혹은 순박하게 보일 정도다.

이 책은 고상한 척, 경건한 척.. 뭘 가르치려 들지 않아서.. 경건함이나 고상함을 추구하는 독자는 좀 밍숭할 수도 있겠지만..가끔은 이런 황당하지만 재미있고 유쾌한 소설을 읽는 것도 나쁘지 않다. 대부분의 소설이 물건묘사, 색깔묘사등에 많은 부분을 할당하는데 비해 이 책은 황당하고 기상천외한 인물과 사건사고가 거의 대부분이다. 그런 까닭에 읽으면서 연신 피식거리며 너무 재미있게 읽었다. 만약 아무생각 없이 그저 재미있고 싶다면 한 번 읽어보기를 적극 추천한다. 10점만점에 9.0점이다.^^*
다음엔 같은 작가가 쓴 "셈을 할 줄 아는 까막눈이 여자"라는 걸 읽어봐야쥐..​^^ 위 책과 거의 동급수준이라는데..재미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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