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홀 - 최춘희
manhole-choi, choonhee
길이 있는 곳이면
어디든
그들은 있다
먹잇감을 노리는
포식자처럼
발톱을 숨기고 엎드려
있다
악취와 오물과 가스로 뱃속을 가득
채운
세상에서 버려지는 온갖
것들
쌓이고 쌓여 언젠가는
어둠을 뚫고 폭발할지
모르는
도시의 블랙홀
탐욕이 우리를 삼키듯
절망이 그들을 지하땅굴
깊숙이
봉인하였다
난파된 영혼으로 갈가리
찢겨나간
붉은 심장을 움켜쥐고
거리를 헤매는 자여
발밑을 조심하라
무심코 내딛는 그
발밑에
호시탐탐 입 벌린 화염지옥이
있다
방심한 일상의 길목에
덫을 놓고 기다리는
사냥꾼처럼
그들은 언제 어디서든 발목을
낚아채
무덤 속에 던져버린다
길이 끝나는 곳에 구원의
십자가는
빛나고 있을까
캄캄하게 뚜껑 닫힌 정지된
시간도
환한 날빛으로 살아나
푸른 공기를 폐쇄된 혈관
가득히
넘쳐흐르게 하는 그런
날들
있기는 한 것일까
***
푸른 공기가 혈관 가득
넘쳐흐르는
그런 날들을 기대하고 희망하며
살지만
눈을 떠 둘러보면
현실은 언제나 맨홀
뿐..
희망이란 그런 것이다.
삶이란 그런 것이다.
언제올지 모르는 희망과 기대를 안고 사는
것이다.
비록 그것이 오지
않을지언정
기대하고 희망하는 그 과정이 가치와 의미를
부여한다.
그것이 없다면 인간은, 아니 사람은
그야말로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됨으로..^^;
너무 슬퍼할 것은 없고, 너무 호들갑스레
기뻐할 것도 없다.
인간의 삶은 그런
것이다.
때론 씁쓸하고 때로는 달콤한..뭐 그런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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