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첩 - 쉼보르스카
가족 중에서 사랑 때문에 죽은 이는 아무도 없다.
한때 일어난 일은 그저 그뿐, 신화로 남겨질만한 건 아무것도 없다.
로미오는 결핵으로 사망했고, 줄리엣은 디프테리아로 세상을 떠났다.
어떤 사람들은 늙어빠진 노년이 될 때까지 오래오래 살아남았다.
눈물로 얼룩진 편지에 답장이 없다는 이유로
이승을 등진 사람은 아무도 없다.
마지막에는 코에 안경을 걸치고, 장미 꽃다발을 든
평범한 이웃 남자가 등장하기 마련이다.
정부의 남편이 갑자기 돌아와
고풍스러운 옷장 안에서 질식해 죽는 일도 없다!
구두끈과 만틸라, 스커트의 주름 장식이
사진에 나오는 데 방해가 되는 일도 없다.
아무도 영혼 속에 보스의 지옥을 품고 있지 않다!
아무도 권총을 들고 정원으로 나가진 않는다!
(어떤 이들은 두개골에 총알이 박혀 죽기도 했지만, 전혀 다른 이유에서였다.
가족 중에서 사랑 때문에 죽은 이는 아무도 없다.
한때 일어난 일은 그저 그뿐, 신화로 남겨질만한 건 아무것도 없다.
로미오는 결핵으로 사망했고, 줄리엣은 디프테리아로 세상을 떠났다.
어떤 사람들은 늙어빠진 노년이 될 때까지 오래오래 살아남았다.
눈물로 얼룩진 편지에 답장이 없다는 이유로
이승을 등진 사람은 아무도 없다.
마지막에는 코에 안경을 걸치고, 장미 꽃다발을 든
평범한 이웃 남자가 등장하기 마련이다.
정부의 남편이 갑자기 돌아와
고풍스러운 옷장 안에서 질식해 죽는 일도 없다!
구두끈과 만틸라, 스커트의 주름 장식이
사진에 나오는 데 방해가 되는 일도 없다.
아무도 영혼 속에 보스의 지옥을 품고 있지 않다!
아무도 권총을 들고 정원으로 나가진 않는다!
(어떤 이들은 두개골에 총알이 박혀 죽기도 했지만, 전혀 다른 이유에서였다.
그들은 야전 병원의 들것 위에서 사망했다.)
심지어 무도회가 끝난 뒤 피로로 눈자위가 거무스레해진
저 황홀한 올림머리의 여인조차도
네가 아닌 댄스 파트너를 쫓아서
어디론가 떠나버렸다. 아무런 미련 없이.
이 은판 사진이 탄생하기 전, 아주 오래 전에 살았던 그 누군가라면 또 모를까.
내가 아는 한 이 사진첩에 있는 사람들 가운데 사랑 때문에 죽은 이는 아무도 없다.
슬픔이 웃음이 되어 터져 나올 때까지 하루하루 무심하게 세월은 흐르고,
그렇게 위안을 얻은 그들은 결국 감기에 걸려 죽었다.
심지어 무도회가 끝난 뒤 피로로 눈자위가 거무스레해진
저 황홀한 올림머리의 여인조차도
네가 아닌 댄스 파트너를 쫓아서
어디론가 떠나버렸다. 아무런 미련 없이.
이 은판 사진이 탄생하기 전, 아주 오래 전에 살았던 그 누군가라면 또 모를까.
내가 아는 한 이 사진첩에 있는 사람들 가운데 사랑 때문에 죽은 이는 아무도 없다.
슬픔이 웃음이 되어 터져 나올 때까지 하루하루 무심하게 세월은 흐르고,
그렇게 위안을 얻은 그들은 결국 감기에 걸려 죽었다.
***
그녀의 가족 중에는
사랑 때문에 죽은 이는 아무도 없다는 시인의 말이
왠지 슬퍼 보이지만.. 한편으로는 직설인 것 같기도 하다.
로미오는 결핵으로 사망했고, 줄리엣은 디프테리아로 죽었단다.
애틋한 사랑으로 죽은 사람은 없고.. 다들 노년까지 오래 살았다고 한다.
다들 사랑을 입에 달고 살지만 그들의 혹은 그녀들의 사랑은 특별한 게 없었다.
사랑 때문에 이승을 등진 사람은 없고 다들 감기에 걸려 죽었단다.
나도 한때는 사랑이 전부였던 시절이 있었다.
근데 살아보니 사랑 없이도 잘만 살아졌다.
주변을 둘러보니 그와 같은 사람들은 의외로 많았다.
처음에는 좀 웃기는 일이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곧 팩트와 마주친 것이다.
그래서.. 사랑은 아니더라도 '무척 좋아해야 한다'라는 쪽으로 선회를 했다.
물론 그런 선회가 좀 아쉬운 건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부끄러운 것도 아닌 것 같다.
사랑하고 평생 곁에 있다면 행운이고, 그렇지 못하더라도 감출 일은 아니다.
인생 뭐 있냐.. 대충 좋아하는 거 하며 살다 죽는 거지..
허구한 날 경건한 척, 고상한 척, 꿈같은 사랑에 매달려 늙어봐야
딱히 남는 것도 없다.
암튼 이 시인은 내가 좋아하는 시인이다.
그녀의 다른 시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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