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vember 25, 2017

저 못된 것들

저 못된 것들  - 이재무

저 환장하게 빛나는 햇살
나를 꼬드기네
어깨에 둘러멘 가방 그만 내려놓고
오는 차 아무거나 잡아타라네
저 도화지처럼 푸르고 하얗고 높은
하늘 나를 충동질하네
멀쩡한 아내 버리고 젊은 새 여자 얻어
살림을 차려보라네
저 못된 것들 좀 보소
흐르는 냇물 시켜
가지 밖으로 얼굴 내민 연초록 시켜
지갑 속 명함을 버리라네
기어이 문제아가 되라 하네

***

지갑 속 명함을 버리라는 건
당장 먹고 살아야하는 부양의 책임을 저버리는 일이네

새살림은 고사하고
요즘 그 흔한 애인하나 없네

경건하기 좋아하고 윤리 주의자(?)인 '나'는
환장하게 빛나는 햇살의 꼬드김에도
문제아가 되긴 글렀네

남의 시선과 눈치로 달련 된 한 평생
두렵고 소심한 것이 아니라
도덕과 책임 있는 인간이라고 애써 자위하네

그럼으로
오늘도 저 못된 것들의 꾀임에 넘어가지 않았음을 자축하네
근데 축하해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네

한 평생 온전히 '나'로 살지 못했으니
남의 생도 "나"로 살기는 어렵겠네

이번 생애는 틀렸으니 다음 생을 기약해야겠네
문득 그런 내가 슬퍼졌네
아, 염병할 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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