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내게 물었다 - 김종삼
누군가 나에게 물었다 시가 뭐냐고
나는 시인이 못됨으로 잘 모른다고 대답하였다.
무교동과 종로와 명동과 남산과
서울역 앞을 걸었다.
저물녘 남대문 시장 안에서
빈대떡을 먹을 때 생각나고 있었다.
그런 사람들이
엄청난 고생 되어도
순하고 명랑하고 맘 좋고 인정이
있으므로 슬기롭게 사는 사람들이
그런 사람들이
이 세상에서 알파이고
고귀한 인류이고
영원한 광명이고
다름 아닌 시인이라고
***
시인이 뭐 별건가.. 돌아보면 시인 아닌 사람이 없다.
사방팔방 모두가 시인이다.
너도, 나도.. 우린 모두 시인이다.
한 때.. 소수가 다수를 이끈다고 생각했으나
얼마 지나지 않아 그것이 틀렸음을 알게 되었다.
세상은 소수가 이끄는 것도 아니고
다수가 만들어 가는 것도 아니다.
소수건, 다수건, 너나, 나나..
결국 모두가 이끌어가고 만들어 가는 것일 뿐.
따지고 보면 사람에게 상하는 없고, 위도 없고, 아래도 없다.
인간은 그저 모두일 뿐이다.
나도 우리고, 너도 우리다.
나는 네 속에 존재하고 너는 내 속에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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