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ptember 30, 2014

잡스러워도 좋아 - 김이듬




"잡스러워도 좋아" - 김이듬

가원에 등록했다 인도에서 수련하고 온 선생은 정갈한 수도승 같은 인
상이다 낮고도 맑은 목소리가 좋다 눈을 감고 마음을 바라보라고 한다 그럴
때마다 내겐 갖가진 생각이 떠오른다고 하자 차차 잡념을 버리게 될 거라며
웃는다 웃는 미간 사이에서 밝은 빛이 퍼져가는 듯하다

며칠 후 지하철역에서 선생을 봤다 감색 요가복 대신 가죽점퍼에 청바지,
상투처럼 묶었던 머리칼을 풀어 내리고 있다 무언가에 짜증난 표정이다 그
저 그렇다 평범하고 너무나 평범한 행인이다 화장이 진해서인지 그 빛나던
밝은 빛은 보이지 않는 다 나는 그녀가 더 좋아진다

명상 자세로 눈을 감는다
막대기를 내려놓는다
다 먹은 아이스크림 막대기에 묻은 아이스크림을 빨아먹을 때는 언제나
맛있고
이 순간 훨씬 무성해지는 잡생각이 좋다


***

만원 지하철도 명상의 도량으로 삼아야지~
선생이나 제자나 내공이 부족하신가 보다. ^^
근데 그런 그들의 모습이 인간적인 것 같기는 하다.

인도에서 다년간 수련하신 수동승 같은 선생께서도
서울 지옥철은 못 당하시겠는가 보다.

너무 맑은 물에서 고기가 못산다고 했나..너무 정갈 하기만 해서는 인간미가 없지..
역시 그저 평범한 인간은 평범할때 보기 좋은가 보다.

나 역시 잡스러움이 아주 싫지는 않다.
잡스런 생각이 넘쳐야 가끔 명상으로 떨쳐버린 것이 생기는 법..
잡념이 없다면 명상도 필요가 없겠지..

인간으로 가장 행복한 것은 자연의 본능과 욕구를 옳바른 방법으로 영위 할 때다.
너무 필요이상 정갈할 것도, 이념이나 종교, 윤리나 도덕적 관념에 얽매일 필요는 없다.

아이스크림을 빨아먹을 때드는 온갖 잡생각도 때로는 약이 되는가 보다.
아, 갑자기 아스크림 먹고 싶어진다. 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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