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ptember 26, 2014

사랑은 아채같은 것 - 성미정


사랑은 야채 같은 것 - 성미정

그녀는 그렇게 생각했다
씨앗을 품고 공들여 보살피면
언젠가 싹이 돋는 사랑은 야채 같은 것
그래서 그녀는 그도 야채를 먹길 원했다
식탁 가득 야채를 차렸다
그러나 그는 언제나 오이만 먹었다
그래 사랑은 야채 중에서도 오이 같은 것
그녀는 그렇게 생각했다
그는 야채뿐인 식탁에 불만을 가졌다
그녀는 할 수 없이 고기를 올렸다
그래 사랑은 오이 같기도 고기 같기도 한 것
그녀는 그렇게 생각했다
그녀의 식탁엔 점점 많은 종류의 음식이 올라왔고
그는 그 모든 걸 맛있게 먹었다
결국 그녀는 그렇게 생각했다
그래 사랑은 그가 먹는 모든 것

***

사랑은..xxx 이라는 식으로 규정 할 수 없는 것.

만약 사랑이 야채 같은 것이라면..사랑은 그가 먹는 모든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대게 사람들은 오이만 잔뜩 먹기를 바라거나 고기만 먹기를 바란다.
희얀한 일이다.
사랑한다면서..상대가 영양실조로 죽기를 바라는 것처럼
악착같이 한가지 음식만 먹이려는 듯..사랑의 정의와 형태를 강요하고 재단한다.
그것도 TV 광고같은 곳에서 주어듣거나 드라마의 대사를 읊어댄다.
  
난 사랑타령을 줄창 읊어대는 사람들의 그 사랑이라는 것을 별로 신뢰하지 않는다.
줄기차에 읊어대는 그들의 사랑이란..이기적 집착과 강요와 폭력과 매우 닮아있다.

어쩌면 사랑은 그 사람의 모든 것일지도 모르겠다. 먹는 야채로만 비유 될 건 아니다.
사랑은..먹고, 싸고, 입고, 자고, 만지고, 바르고, 듣고, 말하고, 보고, 생각하고, 말하고..
그 사람의 온갖 다양한 그 모든 것이다. ^^; 그러나 안타갑게도 현실에서 사랑은 찾아보기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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