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ptember 26, 2014

한우물 - 송정섭


한우물  송정섭
지하수 하나 뚫는데 서너 명의 개발업자가 손을 놓았다
수맥에 이르는 지하 암반층이 너무 멀고 깊다는 것

지하수를 잘 판다는 사람을 소개 받았다
그는 비가 올 때까지 
비가 내리지 않는 인디언 기우제처럼 
믿어도 좋을 선금을 요구했다
허탕 셈 치고 돈을 주고 맡겼다
그는 포기한 업자가 굴착한 폐공을 파고 또 팠다

마침내 깊고 먼 꿈이 솟구쳤다
나는 마중 나간 해몽이 궁금했다

비법이랄 것도 없습니다
그냥 물이 나올 때까지 파는 겁니다

***

우연히 전철역에서 발견한 시
마지막 문장을 읽었을때 웃음이 나왔다.
비법이란것이 고작 물이 나올 때까지 파는 거라니..^^

한우물을 파는 것이 미덕인때가 있었다. 물론 지금도 나름 미덕이기는 하다.
하지만 요즘은 한우물만 파는 것은 더이상 미덕이 아닌 세상이 되어가는 것 같다.
작금의 박터제는 세상에서는 팔방미인이 되기를 요구 받는다.
가끔 우리가 믿고 있던 것들이 점차 그 효력을 상실해가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그래서 현대를 상실의 시대라고 하는 걸까..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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