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심법" - 임창아
고국을 떠나 온 나에게 K가 물었다
뭐 받고 싶은 거 없나,
받고 싶은 거, 많지
서늘한 뒤안에서 말린 시래기도 받고 싶지만
오래 참았던 고백이라면 좋겠지
때깔 좋은 남해산 멸치도 받고 싶지만
관심이나 간섭이면 더 좋겠지
의심도 괜찮고
위로도 나쁘지 않고
세상에 이런 선물이 있다면
더 이상 시 쓰지 않아도 되겠지
그립다 말하면 더 그리울까봐
말 못하는 나는 비겁한 사람,
아프다 말하면 더 아플까봐
말 못하는 나는 소심한 사람,
이런 나에게 가장 좋은 선물은
따뜻한 국밥 같고 짜릿한 소주 같은
고국에서 날아 온 편지 한 통,
그것이면 되지 않을까
이 봐 K, 다음엔
뭐 받고 싶은 거 없나, 쪼잔하게
이렇게 수동적으로 말고
꼬꼬면이랑 참이슬이나 한 박스 보내줘
김수영전집이면 더 좋고, 것보다
비 온다 영화 보러 가자, 이런 문자면 더 좋겠지
가슴 서늘해지는 유리조각 같은 한 문장이라면 더 더 좋겠지
2012년 『스토리문학』가을호
***
이 시를 읽자니 관심법으로 세상을 다스렸던 궁예라는 이름의 주인공이 나왔던
예전에 방영됐던 궁예라는 사극 드라마가 생각 나는군요.
그나저나..제가 받고 싶은 것도 굳이 말하지 않아도 되는 건가요..?
저에게 관심법이 있어서
그대의 맘을 말하지 않아도 알아주었으면 좋겠습니다만
아쉽게도 제가 내공이 약해서 그런가..아니면 비겁하고 소심해서 그런가..
그도 아니면 마음속의 상처때문에 그런가
좀처럼 가슴 서늘해지는 유리조각 같은 한 문장을 띄우기가 쉽지않을 것 같네요.
언제 기회되면 따뜻한 국밥에 쇠주한잔 하자고
비 온다고 영화 보러 가자고
누구에게라도 가슴서늘해지는 그런 문자 함 날려 봐야겠습니다.
받아 줄 사람이 있을지 모르겠습니다만 말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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