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ptember 29, 2014

자정에 일어나 앉으며 - 정철훈



"자정에 일어나 앉으며" - 정철훈

폭풍 몰아치는 밤
빼꼼히 열린 문이 꽝 하고 닫힐 때
느낄 수 있다
죽은 사람들도 매일 밤 집으로 돌아오고 싶어 한다는 걸
내 흘러간 사랑도 그러할 것이다

***

폭풍치는 자정에 일어나 앉으면
누구에게나 상념이 찾아 온다.
시인 양반께서는 흘러간 사랑이 찾아왔었나 보다. 
 
문을 꽝 닫고 나간 사랑이
사실은 매일 밤 집으로 돌아고 싶다고 믿는 혹은 믿고 싶은 아련함..
 
부질없는 믿음일지도 모른다. 
 
무슨 특권이라도 얻은 것도 아닌데
사랑해본 사람만이 사랑을 안다고 말하는 순간
당신과 당신이 말하는 그 사랑은 더 안스러워진다.
 
누가 더 낮고, 덜 낮고가 어디 있는가.. 
그게 당신이 믿는 사랑이라면.. 
글쎄요..별로 사랑스럽는 않은 것 같습니다. 
 
결국 사랑도 외롭고 혼자가는 것이다.
물론 조금 덜 외롭기는 하겠지만 말이다. 
 
사랑해봤다는 것은 자정에 일어나 앉아 
흘러간 그 사랑이 돌아오고 싶지 않을까하고 추억하는 것이다. 
 
근데 떠나버린 사랑이 돌아오길 기다리느니
차라리 다른 사랑을 찾아 나서는 것이 현명하지 않을까 싶다.
 
쩝. 

No comments:

Post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