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ctober 10, 2014

상처 - 이승하

이승하 - '상처' 전문

산 개미가 죽은 개미를 물고
어디론가 가는 광경을
어린 시절 본 적이 있다
산 군인이 죽은 군인을 업고
비틀대며 가는 장면을
영화관에서 본 적이 있다

상처입은 자는 알 것이다
상처입은 타인한테 다가가
그 상처 닦아주고 싸매주고
그리고는 벌떡 일어나
상처입힌 자들을 향해
외치고 싶어지는 이유를

상한 개가 상한 개한테 다가가
상처 핥아주는 모습을
나는 오늘 개시장을 지나가다 보았다.


***

가까운 사이일 수록 더 쉽게 상처주고 상처받습니다.

요즘은 다들 먹고살기 빡쎄기가 극에 달한 탓인지 폭력과 광기가 난무합니다.
묻지마 칼침과, 이웃과 지인의 뒤통수치기는 더이상 특별하지 않은 기사가 되었습니다.
허긴 요즘은 맞은 놈이 바보가 되는 세상이라죠..

산 개미가 죽은 개미를 물고간다.
산 군인이 죽은 군인을 업고 간다.
상한 개를 상한 개가 핥아준다.

상처입힌 자들에게 외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는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압니다.
흥분해 봤자 별 수 없다는 걸 알지만, 외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제길슨..우리 인간되기 힘들지만 괴물은 되지말자규요~! 제발..

상한 개가 상한 개의 상처를 핥아주는 모습에서 슬픔보다는 분노를 느껴집니다.
아, 그 분노가 우리 자신을 지배하지 않기를, 스스로 괴물이 되어버리지 않기를 바랍니다.

가뜩이나 외롭고 쓸쓸하고 힘겨운데
서로서로 보듬고 스다듬으며 살자규요...쩝.

글구..끝까지 책임지지도 못하면서
귀엽다는 이유로 강아지 함부로 키우지 마시구요..

No comments:

Post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