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픈 체위-박수빈
설거지를 하는데 두 그릇이 깍지 끼고 있다.
떼어보려고 힘을 주었더니 더 품어버린다.
아무리 뒤돌아보아도 볼 수 없는 등이
저 혼자 토닥일 수 없는 등을
당겨 안고 있다
작은 틈도 허락하지 않고 뜨겁게 파고들며
그릇에도 허벅지가 있는지
가랑이를 조이고 손과 발이 엉겨
저 안에 무슨 내용을 담고 있는 것일까
한 점 바람이라도 들어갈까
거품을 물고 가쁜 숨 쉬면서
한 몸, 등꽃을 피우고 있다.
저 간절한 연인
***
너도 슬프냐, 나도 슬프다.
세상만사 억지로 되는건 별로 없다.
순리를 따르며 사는 것이 어쩌면 제대로 사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어떤 사람에게는 떼어내려 애쓰면 더 품어 버리기도 하고
또 어떤 사람에게는 애쓰지도 않는데 힘없이 떼어져 버리기도 한다.
시간에 따라, 환경과 조건에 따라 모든 것은 변하듯 사랑의 방식과 형태도 변한다.
누구나 그저 지금 나이에, 지금 상황과 조건에 걸맞게 사랑하면 된다.
소위 정답이라고 일컫는 사랑따윈 없으며
대충매체가 전파하는 기형적 형태는 그야말로 외곡된 사랑의 형태일 뿐이다.
제 아무리 청춘이라도 마냥 지금 나이로 남지 못하고
마냥 그때 그 방식으로 사랑하지도 못하기 마련이다.
원숭이가 털을 고르는 것은 노폐물을 털어내기 위함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스킨쉽을 통해 상호교감을 나누기 위함이기도 하다.
분명한건..늙으나 젊으나 인간도 털고르는 원숭이와 별반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다는 전제하에
사랑할 수 있을때..가열차게 사랑하는 것이 차라리 낮다.
욕망의 지배를 받는 것은 피해야하지만 욕망의 주체로 산다는게 나쁜 것도 아니다.
자신이 마치 예수나 석가인냥 인류의 도덕과 윤리를 책임져야 한다는 망상에서 벗어날 것.
지나보면 후회와 아쉬움만 남는다. 사랑에도 다 때가 있고
그 때마다 다른 사랑의 방식이 존해하는 법이다. 그저 마음가는데로 자신을 믿으면 된다.
그나저나 하찮은 그릇에서 간절한 연인을 발견하는 시인의 눈이라니..쩝.
P.S. 참고로 대한민국에서 이런 사진을 올리면 겸열을 당하고..이용제한을 격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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