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cember 13, 2014

창백한 푸른 점 - 칼 세이건
The Pale Blue Dot, Carl Edward Sagan


저 점을 다시 보라. 저 점이 여기다. 저 점이 우리의 고향이다. 저 점이 우리다. 당신이 사랑했던 모든 사람들, 당신이 아는 모든 사람들, 당신이 한 번이라도 들어봤던 모든 사람들, 지금까지 존재했던 모든 인류가 저 점 위에서 살았다.

우리의 기쁨과 고통, 수천 가지의 신앙, 이데올로기, 경제 정책, 모든 사냥꾼과 약탈자, 모든 영웅과 비겁자, 모든 문명의 창조자와 파괴자, 모든 왕과 소작인, 모든 사랑하는 연인들, 모든 어머니와 아버지, 희망에 찬 아이들, 발명자와 탐험가, 모든 도덕적 스승들, 모든 부패한 정치인, 모든 ‘슈퍼 스타’, 모든 ‘최고위 지도자들’, 우리 인간이라는 종의 역사에 등장했던 모든 신성한 사람들과 천벌을 받은 사람들이 저 햇살에 떠 있는 티끌 위에서 살았던 것이다.
지구는 광대한 우주에서 아주 작은 무대에 불과하다. 영광과 승리감에 젖어, 저 점의 조그마한 일부분을 잠깐 동안 차지하는 지배자가 되려했던 그 모든 장군과 황제에 의해 학살당해 뿌려진 피의 강을 생각해보라.

이 점의 한쪽 구석에 사는 주민들이 다른 구석에 사는, 자신들과 거의 비슷하게 생긴 주민들을 찾아가 끊임없이 자행했던 잔혹한 일들에 대해 생각해보라. 그들 사이에 얼마나 자주 오해가 발생했을지. 다른 사람을 죽이고 싶어 얼마나 안달 했을지. 그들의 증오가 얼마나 뜨거웠을지.
우리가 우주에서 대단히 특권적인 위치에 있다는 우리의 망상과 우리의 상상 속에만 존재하는 자만심과 가식은 이 창백히 빛나는 점 때문에 그 정당성을 의심받을 수밖에 없다.
우리의 행성은 거대하게 둘러싼 우주의 어둠 속에 외롭게 떠있는 작은 반점에 불과하다.
이 어둡고 광활한 우주 안에 우리를 우리 자신으로부터 구하러 올 다른 이는 아무데도 존재하지 않는다.
현재까지 지구는 생명을 품고 있다고 알려진 유일한 세계다. 적어도 가까운 장래에 우리 인류가 이주해 갈 수 있는 곳은 아무데도 없다. 방문은 가능하지만, 정착은 아직 안 된다.
좋든 싫든, 지금 당장은 우리가 이 지구를 지켜내야 한다. 사람들은 천문학을 통해 겸손함과 인격을 함양할 수 있는 경험을 하게 된다고들 한다. 우리의 작은 세상을 멀리서 찍은 이 사진보다 인간의 자만심이 얼마나 어리석은지 잘 보여줄 수 있는 것은 없을 것이다.

나에게 있어서 이 사진은 우리가 다른 이들에게 더 많은 인정을 베풀어야 하고, 우리가 지금껏 유일한 고향이라고 알고 있는 저 창백한 푸른 점을 보호하고 소중히 생각해야 한다는 점을 분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 창백한 푸른 점, 칼 세이건(The Pale Blue Dot, Carl Edward Sagan)

***


칼 세이건은 "코스모스"라는 책과 다큐로 알려진 유명한 천문학자다. 아주 오래전 나 역시 그의 책을 읽고 다큐를 봤었던 기억이 있다.
사실 코스모스라는 책은 내가 폭 넓은 시각을 갖게하는데 지대한 영향을 끼친 책이며 천문학이 꽤 재미있으면서도 철학적인 학문임을 알게 해 준 책이자 다큐이기도 하다.


거듭되는 얘기지만 천문학 혹은 우주라는 것에 약간의 관심을 갖는다면 생각보다 많은 것을 얻게 된다. 겸손은 물론 고집과 아집에서 벗어나는 방향을 제시 한다고나 할까...^^
내가 종교나 xx주의등 어떤 특정 관념이나 믿음을 신뢰하지 않고, 악착같은 삶의 방식이나 태도에 거부감을 갖는 것도 따지고 보면 이 우주와 천문에 대한 인식 때문이다. 온갖 이념과 주의 그리고 윤리와 도덕 또는 선과 악이라는 모든 종류의 관념과 믿음이란 것들은.. 결국 먼지보다 작은 하나의 점, 즉 지구라는 곳에서 이루어지는 허공에 발차기를 하는 식의 지랄 옆차기인 것이다.
개인적으로 제대로 된 천문학 책이나 다큐를 꼭 한 번 보고.. 그 우주와 내가 믿고 있는 혹은 생각하고 있는 어떤 것(ex:가치, 의미등등)을 연관지어 잠시 생각해 보기를 권하고 싶다. 물론 그 생각에 대한 특정한 정답은 없지만.. 생각하는 그 행위 자체만으로 얻는 것이 있을 것이다.
지금 이순간 지구의 대한민국 서울이란 곳에서..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입히거나 대가리 박터지게 악착같이 살아야 할 이유가 과연 무잇인지, 자만과 이기심, 탐욕에 가까운 욕심등.. 과연 그렇게 해야하는 의미와 가치가 있는지 생각에 잠겨보기 바란다. 비록 답을 얻을 수 없다고 하더라도 말이다.
결국 살아 있을때 (남한테 피해주지 말고 여건에 맞게) 최선을 다해 순간을 즐겁게 사는 것이 제일이다. 내일 혹은 도덕이나 윤리를 담보로 오늘을 포기하지 말고, 특정 주의나 이상 또는 관념에 너무 치우치지 않는 것이 좋다.​ 고집과 아집도 우주를 생각하면 그저 어리석은 혹은 부질없는 욕심이며 허상일 뿐일지도 모른다.
한마디로..무슨 부귀영화와 불로장생을 누리겠다고 그리 지랄같도록 대가리 박터지게.. 그렇게 악착같이 사는 것인가..에 대한 질문인 셈이다. 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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