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bruary 28, 2015

책리뷰-셈을 할 줄 아는 까막눈이 여자



책속으로
이미 다섯 살 때부터, 놈베코는 분뇨통을 나르는 중에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통들을 세기 시작했다. 「하나, 둘, 셋, 넷, 다섯….」 자라나면서 그녀는 좀 더 재미를 느끼기 위해 복잡한 계산으로 넘어갔다. 「열다섯 통씩 세 번 나르고, 그게 일곱 번이면… 거기다 너무 무거워서 못 나른 한 통을 빼면..314통!」 17쪽

그런데 우연히도 당시 열세 살이었던 놈베코는 공동변소 분뇨 수거인용 샤워실에서 한 늙은 호색한으로부터 성추행을 당하게 되었다. 하지만 그가 목적을 이루기도 전에, 소녀는 그의 허벅지에 가위를 박아 정신이 번쩍 들게 해주었다. 다음 날, 그녀는 B 섹터 공동변소 맞은편에 있는 그의 집을 찾아갔다. 그는 초록색 칠을 한 자신의 오막살이 앞에, 허벅지에 붕대를 칭칭 감은 꼴을 하고서 캠핑 의자에 앉아 있었다. 그의 무릎에 놓인 것은…. 세상에나! 몇 권의 책이었다. 「왜 왔냐?」 그가 퉁명스레 물었다. 「내 가위 찾으러요. 어제 아저씨 허벅지에 박아 놓고 깜빡했어요.」 「버렸다.」 「그렇다면 내게 가위 하나 물어 주셔야 해요. 그런데 어떻게 아저씨가 글을 읽을 줄 알죠?」 19쪽

공동변소 건너편에서 들리는 소란스러운 소리에 놈베코는 잠에서 깨어났다. 옷을 걸치고 현장으로 달려간 그녀는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대충 이해했다. 경찰이 살인범들과 타보의 현금과 함께 떠나가자, 놈베코는 오두막 안으로 들어갔다. 「아저씨는 못된 사람이었지만, 아저씨가 들려준 거짓말들은 정말 재미있었어요. 아저씨가 그리울 거예요. 적어도 아저씨의 책들은.」 이렇게 말한 그녀는 타보의 입을 열어, 거기서 아직 절삭되지 않은 다이아몬드들을 빼냈다. 모두 열네 개, 정확히 그가 잃은 치아의 숫자였다. 「구멍이 모두 열네 개니까, 다이아몬드도 열네 개….」 놈베코가 중얼거렸다. 「너무 딱 들어맞잖아? 정말 이게 다일까?」 38쪽

잉마르는 키 크고 위엄 있는 풍채의 군주가 믿을 수 없을 만큼 자랑스러웠다. 그는 매일매일 그의 손을 거쳐 가는 우표들 안에서 위엄 있는 시선으로 그의 어깨 너머 어딘가를 바라보고 계신 국왕 폐하의 얼굴을 들여다보았다. 잉마르도 그에게 공손하고도 애정이 담뿍 담긴 눈길을 보냈다. 왕립 우체국 사무실 안에서, 회계과 업무에 꼭 필요하지는 않은 왕립 우체부 제복을 단정히 착용하고서 말이다. 52쪽
「계산서를 준비해 드릴까요?」 처음부터 잉마르에게서 숙박비를 지불하지 않고 슬그머니 내빼려는 의도를 의심했던 호텔 주인이 물었다. 「네, 그러세요.」 이렇게 대답한 잉마르는 자기 방에 들어가 짐을 꾸린 다음 창문으로 빠져나왔다. 55쪽

「자, 여기가 앞으로 네가 지은 죄를 씻을 곳이다!」 엔지니어가 설명했다. 고압 전류가 흐르는 철책, 경비견 그리고 지뢰밭은 몇 시간 전 판결이 내려질 당시 놈베코가 고려했던 요소들은 아니었다. 「집이 아주 아늑해 보이네요.」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랬지?」 67쪽

「잘됐네!」 헨리에타는 이렇게 대꾸하며 남편이 준 선물 상자를 열었다. 그녀가 어떤 특별한 기대를 품은 것은 아니었지만, 아무리 그래도 선물이랍시고 넣어 놓은 것이 아이슬란드 대통령 아스 게이르 아스게이르손의 사진 액자인 것을 봤을 때는…… 이제는 담배를 끊어 봐야겠다고 정말로 진지하게 생각했었는데 말이다. 151쪽

「난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날지는 모르겠어.」 놈베코가 대답 했다. 「왜냐하면 삶이란 원래 이런 식인 것 같으니까…….」 -p223 출처-http://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7799576


***​
이 책(셈을 할 줄 아는 까막눈이 여자-이하 까막눈이 여자)은..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이하 100세 노인]의 저자 요나스 요나손의 신작​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책 역시 전작과 마찬가지로 꽤 재미있다는 것이다. 다만, 개인적으로 전작(100세 노인)이 더 재미있는 것 같다. 추측컨데 작가는 이런 류의 황당하고도 기상천외한 상상력 및 이런식의 풍자 또는 농담에 꽤 뛰어남을 지닌 듯 하다.
황당함으로 따지면 이 책이 좀 더 황당하지만..기상천외함을 보자면 [100세 노인]이 더 기상천외한 것 같고..사건의 전개속도 역시 [100세 노인]이 더 속도감이 있었다고 느껴진다. 그에 비해 이 책은 전작에 비해 상대적으로 조금 지루한 감이 없지 않다. 전반부와 후반부는 그럭저럭 괜찮은데..중반부는 다소 지루한 감이 없지 않다. 그렇다고 이 책의 인물들과 사건들이 평범하다는 것은 결코 아니다.
암튼 전작에 비해 등장인물들도 좀 덜 기상천외 혹은 덜 황당한 것 같은데..또 어떤면에서는 이 책의 등장인물과 사건사고들이 잔작 보다 더 황당한 것 같기도 하다.(계연성에 대한 설명부분이 왠지 좀 부족해서 그런가..쩝.)
특히 등장인물 "홀예르1"과 그의 여친 "셀레스티네"로 인하여 갑갑증이 유발되는 것은 좀 아쉽다. 전개되는 사건들의 계연성도 전작에 비해 왠지 좀 어설픈 감이 없지 않으며..사건 사고들의 속도감도 조금 떨어지는 느낌이다.
특이하게 이 작가의 책에는 꼭 핵폭탄이 등장한다는 것과 다국적의 인물들이 등장한다는 것인데..왜 그런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한마디로 전작[...100세 노인]이 좀 더 재미있다고 생각된다. 피식거리는 웃음유발도 전작이 더 빈번했던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름 재미있어서..골치아픈 경건주의적 혹은 가르침을 일삼으려는 책에서 잠시 벗어나고 싶다면 꽤 읽을만 하다. 10점만점에 8.5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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