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ch 7, 2015

사자사냥-임보


사자사냥 - 임보

백수(百獸)의 왕 사자를 괴롭히는 것은
그보다 몸집이 큰
곰이나 코끼리 같은 놈들이 아니라
눈꼽만큼도 못한 몇 마리의 쇠파리다
떨쳐도 떨쳐도
끈질기게 달라붙은 저 망령의 거머리 같은
그놈들에게
사자는 그만 앞발을 들고 멍청히
온몸을 내맡기고 만다
쇠파리들은 사자의 콧등에 올라
혹은 매서운 눈자위를 의기양양 돌면서
사자의 진액을 빨아먹는다.

그러나 쇠파리들도 사자를 괴롭힐 뿐
그 무서운 몸뚱이를 잡아족치지는 못한다
누가 저 무서운 사자를 눕히는가
그놈보다 무서운 놈이 어떤 놈인가
저 굳은 발톱과 날카로운 이빨을 이기는 자 누구인가
놀라지 마시라, 그놈은
사자의 몸뚱이보다 몇 천만 배나 작은
쇠파리보다도 몇 만 배나 작은
눈에 보이지도 않는 몇 마리의 균이다

그가 사냥터에서 얻은 하찮은 상처 틈으로
침입한 몇 마리의 균이 드디어는
저 견고한 생명의 성(城)을 무너뜨린다
보라 벌판에 쓰러져 있는 죽은 사자의 시체를
애초에 그를 넘어뜨린 것은
사나운 독수리 무리가 아니라
눈에 보이지도 않는 몇 마리의 균이다.

사람들아
낯도 못 들고 죽어 사는 사람들아
고개를 들라
그대들도 힘이 있거니
그대들도 힘이 있거니
어서 사냥길에 오르자
저 무법의 사자 목에 방울을 매달고
저 횡포의 승냥이 발목에 족쇠를 채우자
그대들을 마지막 거두어 가는 것은
오직 하나님의 뜻일 뿐
이 지상의 어떠한 것도
그대들의 적수는 아니다
두려워하지 말라.  
***

하찮은 것들은 결코 하찮은 것이 아니다.

초원의 왕, 사자를 쓰러뜨리는 것은
곰이나 코끼리가 아니라
눈에 보이지도 않는 하찮을(?)것 같은 몇마리의 균이다.
그렇다고 너무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
하찮은 것을 하찮게 여기지말며
지상의 어떤 것들도 적수가 아님을 아는 겸손이 중요하다.
두려워 말라.​
​지금이 사냥길에 올라야 할 때다.​


그 "때"라는게 정해진 건 아니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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