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과나무-안도현
모과나무가 한사코 서서 비를 맞는다
빗물이 어깨를 적시고 팔뚝을 적시고 아랫도리까지
번들거리며 흘러도 피할 생각도 하지 않고
비를 맞는다, 모과나무
저놈이 도대체 왜 저러나?
갈아입을 팬티도 없는 것이 무얼 믿고 저러나?
나는 처마 밑에서 비 그치기를 기다리고 있다가
모과나무, 그가 가늘디가는 가지 끝으로
푸른 모과 몇 개를 움켜쥐고 있는 것을 보았다
끝까지, 바로 그것, 그 푸른 것만 아니었다면
그도 벌써 처마 밑으로 뛰어들어왔을 것이다
***
사는게 다 그런거다.
사람 사는 것도 다르지 않다.
세상만사 내가 모르는 이유와 사연들이 있다.
왜 저럴까 싶지만 들여다 보면
이유없는 사건 사고는 없고
다들 책 한권 족시 쓰고 남을
사연 하나쯤은 갖고 있는 법이다.
그렇게 세상은, 사람은
모과열매 몇개 건져보겠다고
비 맞고, 바람 맞는거다.
그 모과, 사랑이고 희망인 사람도 있지만
그 모과, 욕심과 탐욕인 사람도 있다.
어찌보면 선과 악은 종이한 장 차이일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불교에서는 희노애락이 다 부질없다고 한 건가..? ^^*
그나저나 비오고 바람부는 날에
난 무얼 잡고 늘어질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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