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어-이 공
바닥에 엎드린다는 것.
비굴한 복종이거나 뼈아픈 치욕만은 아니기를
어쩌면 그것이 마지막 남은 투지이기를
조금 전, 단지 바쁘다는 이유 하나 때문에
허겁지겁 빠져나와버린 지하철의 계단.
맨바닥에 엎드려 있던 남자에게
눈길조차 나누어주지 못했던 나를
도마에다 올려놓는다.
쓸모없이 비대해진 머리 떼어내고
내 몸 하나 건사하는데 바쁘게 써 온
지느러미만도 못한 손목도 잘라내고
내가 나를 칼질하고 있는 동안에 그는
또 다른 밑바닥에 다시 엎드려 있을 것이다.
차디찬 해류같이 제 등을 짓누르는
사람들의 시선을 견디면서
화려했던 시절 세찬 물살 가르던 자신의 과거에게
손목 긋고 싶을 만큼의 참회를
하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살아 있어야 하리라.
바닥을 덮고 마지막 겨울잠 청하는 일 없이
수만 톤 수압을 등에 짊어지고 사는 광어처럼
바닥에 엎어져서도 기죽지 않는
그 눈빛처럼
***
광어가 은둔 고수인줄은 내 미쳐 몰랐네..
때로는 광어처럼 바짝 엎드려 오늘을 살지만
수만 톤 수압을 견디는 광어의 눈빛처럼 살기도 한다.
화려했던 시절을 뒤로하고
치욕과 굴종으로 손목을 긋고 싶지만
그래도 살아야 한다.
살아 있는 모든 생물은
숙명처럼 살아야 할 의무, 아니 본능을 가진다.
광어도 그리 사는데
사람도 그리 살아야 안되겠나..?
그 눈빛처럼 말이다.
근데 그것도 쉽지는 않다는게 함정..^^;

No comments:
Post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