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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어 있는 시민이 되기가 너무 힘들다. 깨어 있는 한 사람의 인간이 되는 것이 쉽지가 않다. 아무 것도 모르고, 아무 생각도 없는 노예처럼 살았더라면.. 그저 시키는 대로 살면 되었을텐데.. 민주주의가 자리를 잡기 시작하면서 근대적 시대를 살아가면서.. 더 많이 알아야 하고, 더 많이 생각해야 하고, 더 많이 이해해야 한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근데 문제는 그것들이 주는 피로감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먹고살아야 한다는 숙명 앞에서.. 알고 이해하고 생각하려니 삶이 너무 바쁘고 해야 할 것이 너무 많아져 버거울 때가 있다. 문득 옛날 전근대적 시대에는 많이 알지 못하고 아무 생각 없이 살았어도 밥은 먹고살았던 것 같다며 그때를 그리워하는 자신을 발견할 때 두려움을 느낀다.
그때 그렇게 민주화 운동하던 사람들 중에도 오늘날 xx한국당 지지자들이 있을 것이고.. 그때 남들이 민주화 운동할 때 도서관에서 열심히 공부해서 판검사가 된 몇몇 사람들은 지금 다른 누구보다 더 잘 먹고 잘 살고 있을지 모른다는 상상을 하면 대체 무엇을 위한, 누구를 위해 깨어 있어야 하는지 의문이 생기기도 한다. 깨어 있다고 나한테 뭐가 생기는 것도 아니고, 돈이 되는 것도 아니고, 쌀이 나오는 것도 아니다. 어찌보면 깨어 있다는 것은.. 누구말처럼 그야말로 웃기는 것일지도 모른다.
지난 27일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싶다’의 제작진은 과거 영문도 모른 채 안기부에 끌려가 잔혹한 고문을 당한 석달윤씨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한 당시 판결을 내린 현재 여상규 자유한국당 의원을 인터뷰했다. 이날 방송에서 여 의원은 “간첩 혐의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던 석씨를 혹시 기억하냐”는 제작진의 질문에 “재판을 한두 번 하는 것도 아니고 매주 한 열건 정도씩 하니 1년 이상 된 거는 기억할 수 없다”고 답했다. 이어 “1심 판결로 한 분의 삶이 망가졌다. 책임감을 느끼지 않냐”라는 질문에 대해서는 “웃기고 앉아있네. 이 양반 정말”이라고 덧붙였다.
쉽지 않은 문제다. 특히 국가나 권력의 불의와 폭력에 눈 감지 않으려면 먹고사는 문제부터 극복해야 하고.. 먹여 살려야 한다는 멍에에서 벗어나야 하지만.. 그게 어디 쉬운가. 돈 못 벌면 무능하다고 비난을 받고.. 먹여 살려야 할 책임을 다하지 못한 무책임한 인간으로 추락한다. 유능하고 책임을 다하자니 불의와 폭력에 눈 감는 일이 많아 질 수 밖에 없다. 왜냐하면.. 유능하려면 그만큼 돈 버는 것(사익 추구)에 시간과 정력을 투자해야 하기 때문이다. 불의와 폭력에 항거하는데 시간과 정력을 쏟을 시간과 여유가 없다. 아.. 너무 어려운 문제다. 그래서 질문은 많아 진다. 나는 잘 살고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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