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ril 8, 2018

오늘의 결심..


오늘의 결심  - 김경미

라일락이나 은행나무보다 높은 곳에 살지 않겠다 
초저녁 별빛보다 많은 등을 켜지 않겠다 
여행용 트렁크는 나의 서재 
지구 끝까지 들고 가겠다 
썩은 치아 같은 실망 
오후에는 꼭 치과엘 가겠다
밤하늘에 노랗게 불 켜진 보름달을 
신호등으로 알고 급히 횡단보도를 건넜으되 
다치지 않았다
생각하면 티끌 같은 월요일에 
생각할수록 티끌 같은 금요일까지 
창들 먼지에 다치거나 
내 어금니에 혀 물린 날 더 많았으되
함부로 상처받지 않겠다 
목차들 재미없어도 
크게 서운해하지 않겠다 
너무 재미있어도 고단하다 
잦은 서운함도 고단하다
한계를 알지만 
제 발목보다 가는 담벼락 위를 걷는 
갈색의 고양이처럼
비관 없는 애정의 습관도 길러보겠다

***

결심..은 많이 하는데 지켜지는 결심은 별로 없다.
그래도 결심을 한다.
언젠가 더 많은 결심을 실천하리라는 믿음으로 말이다.
될 것 같은데.. 막상 잘 안되는게 결심이다.
세상에 쉬운게 하나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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