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bruary 16, 2019

치마-문정희


치마 - 문정희

벌써 남자들은 그곳에
심상치 않은 것이 있음을 안다
치마 속에 확실히 무언가 있기는 있다
가만두면 사라지는 달을 감추고
뜨겁게 불어오는 회오리 같은 것
대리석 두 기둥으로 받쳐 든 신전에
어쩌면 신이 살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 은밀한 곳에서 일어나는
흥망의 비밀이 궁금하여
남자들은 평생 신전 주위를 맴도는 관광객이다
굳이 아니라면 신의 후손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그들은 자꾸 족보를 확인하고
후계자를 만들려고 애를 쓴다
치마 속에 확실히 무언가 있다
여자들이 감춘 바다가 있을지도 모른다
참혹하게 아름다운 갯벌이 있고
꿈꾸는 조개들이 살고 있는 바다
한번 들어가면 영원히 죽는
허무한 동굴?
놀라운 것은
그 힘은 벗었을 때 더욱 눈부시다는 것이다.​ 

***

있기는 개뿔..
확실히 무언가 없다.

맹신주의자들과 달리 신을 믿지 않는 무신론자인 '그'는
평생 신전을 배회할 일도, 신에게 사랑을 애걸하거나 구걸할 일도 없다.
사람의 일생이란 자고로.. 번뇌의 연속임을 일찍 깨달았던 '그'는
미안함에 자신의 후계자를 만들려 애쓸 수가 없었다.
'그곳'과 '그것'에 연연해 않았던 '그'는
그 힘에서 벗어났을 때 비로서 자유로워질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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