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anuary 4, 2020

인연은 한번 밖에 오지 않는다


인연은 한번 밖에 오지 않는다 - 신경숙


인연을 소중히 여기지 못했던 탓으로
내 곁에서 사라지게 했던 사람들.
한때 서로 살아가는 이유를 깊이 공유했으나
무엇 때문인가로 서로를 저버려
지금은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는 사람들.

관계의 죽음에 의한 아픔이나 상실로 인해
사람은 외로워지고 쓸쓸해지고
황폐해지는 것은 아닌지.
나를 속이지 않으리라는 신뢰,
서로 해를 끼치지 않으리라는
확신을 주는 사람이 주변에 둘만 있어도
살아가는 일은 덜 막막하고 덜 불안할 것이다.

마음 평화롭게 살아가는 힘은
서른이 되면 혹은 마흔이 되면
저절로 생기는 것이 아니라
내일을 자신의 일처럼 생각하고
내 아픔과 기쁨을 자기 아픔과 기쁨처럼
생각해주고 앞뒤가 안 맞는 이야기도 들어주며
있는 듯 없는 듯, 늘 함께 있는 사람의 소중함.

그것이 온전한 사랑이라는 생각을 알고 있는
사람들만이 누리는 행복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언제나
인연은 한 번 밖에 오지 않는다는
생각을 하며 살았더라면 그랬더라면
지난날 내 곁에 머물렀던 사람들에게
상처를 덜 주었을 것이다.

결국 이별할 수밖에 없는 관계였다 해도
언젠가 다시 만났을 때, 시의 한 구절처럼
우리가 자주 만난 날들은 맑은 무지개 같았다고
말할 수 있게 이별했을 것이다.

진작, 인연은
한번 밖에 오지 않는다고
생각하며 살았더라면.

***

항상 그렇다.
돌아보면 그 때 알았으면 좋았을 걸.. 하며 아쉬워한다.

되뇌임은 오직 지난 것에만 한정될 뿐이다.
지금 아는 걸 그 때 알았던 들.. 지금의 내가 크게 달라질까?
약간 달라질지 모르지만 많이 달라지지 않을 것 같다.
왜냐하면 지금의 '나'는 누적된 지난 날을 거친 '나'이기 때문이다.
지난 날 전체가 달라지면 지금의 나도 달라진다.
진작 인연은 한번 밖에 오지 않는다고 생각하며 살았다면
지금의 나는 완전히 다른 '나'가 되어 있을 것이고
그럼 인연은 한 번밖에 오지 않는 다는 생각 자체를 안 할 수도 있다.

그러니 지난 시간과 지금의 '나'를 너무 후회스럽거나 한타스럽게 바라보지 마라.
이렇게 살아도, 저렇게 살았어도.. 나는 오직 '나'로 존재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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