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bruary 2, 2020

어느 어머님의 편지..

[요양원에서 쓴 어느 어머님의 편지]

<어느 어머니의 일기입니다>

미안하구나, 아들아.
그저 늙으면 죽어야 하는 것인데.
모진 목숨 병든 몸으로 살아
네게 짐이 되는구나.

여기(요양원) 사는 것으로도 나는 족하다.
그렇게 일찍 네 애비만 여의지 않았더라도
땅 한평 남겨줄 형편은 되었을 터인데~
못나고 못 배운 주변머리로 짐같은
가난만 물려 주었구나.

내 한입 덜어 네 짐이 가벼울수 있다면,
어지러운 아파트 꼭대기에서 새처럼 갇혀 사느니 ~

친구도 있고 흙도 있는 여기가
그래도 나는 족하단다.

내 평생 네 행복 하나만을 바라고 살았거늘
말라 비틀어진 젖꼭지 파고 들던
손주 녀석 보고픈 것쯤이야
마음 한번 삭혀 참고 말지.

혹여 에미 혼자 버려 두었다고
마음 다치지 말거라.
네 녀석 착하디 착한 심사로
에미 걱정에 마음 다칠까 걱정이다.

삼시 세끼 잘먹고, 약도 잘먹고 있으니
에미 걱정일랑은 아예 말고 네몸 건사 잘하거라.
살아 생전에 네가 가난 떨치고 살아 보는 것,
한번만 볼수 있다면
나는 지금 죽어도 여한은 없다.

행복하거라, 나의 아들아..
네 곁에 남아서 짐이 되느니,
너 하나 행복 할수만 있다면
여기가 지옥이라도 나는 족하구나.

사랑한다 나의 아들아.

***

부모는 자식에게
무한 책임과 의무만 가질 수 밖에 없는 것 같다.
그래서 부모가 된다는 것은
때로는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인간의 가장 큰 적은 시간이다
그 누구도, 그 무엇도 시간을 이길수 없다.

우주의 시간속에서
인간이란 과연 무엇인지, 또 나는 무엇인지
풀리지 않는 의문만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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