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해 겨울 - 김희창
밥때가 지났건만
부억문 다물고 있다
굴뚝은 입을 벌린 채
쌀밥 같은 눈
지붕 위에
수북이 쌓여가고
헛배 채우던
고드름 옆으로-나란히
내년엔 풍년 든다는데
처마 밑
걸레처럼 시래기
목매달다
말라간다
***
평생 도시에서 낳고 자라고 살아온 나는
눈 받아먹는 굴뚝도, 말라가는 시래기도
익숙지 않은 풍경이다.
익숙지 않은 것이지 아주 낯선 풍경은 아니다.
아주 오래전 몇 번 그것들을 경험한 적이 있긴하다.
그런데 이상하지 않은가?
별로 익숙하지 않은 그런 것들이
왜 이처럼 그립기도 하고, 아련한 것일까..?
한 두 번 보고 경험한 것이 고작인데도 말이다.
위 '시'를 읽고 있자니
왠지 느낌 좋은 시골집 풍경이 머릿속에 그려지는 것 같아 옮겨와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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