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anuary 3, 2021

비란내에 대하여 - 강희창

 


비린내에 대하여 - 강희창


1.


노파는 생선만 파는 게 아니었다

얼마 남지 않은 삶의 토막들 늘어놓고

까슬하니 비린 손짓으로 외쳐댄다

그 외침은 딴전 피고 가는 사람들 사이로

뱀처럼 흐르다가 곧바로 추위에 잡혀 먹힌다

육신을 끼워 팔고 있다, 생선토막 위에다

자신의 살과 뼈를 발라서 주섬주섬 얹혀주고

더께로 쌓인 세월을 방부제처럼 뿌려주는 거다

그러니까 그 비릿한 덤을 외면하고 간다


2.


생선 가시에 찔려 욱신욱신 쑤셔보고 피를 본다면

한 번쯤 가시가 비린내를 지지하는 의도를 생각한다

피에서, 생고기에서, 젖에서, 베인 풀잎에서

그것은 생선이 세상을 향해 던진 마지막 유언같이 

원래 생명과 아주 밀접하게 연하고 있었다

마수걸이 떠는 노파의 모습을 보며

산 것과 죽은 것의 경계선을 그어보면

측은한 노파의 실한 영혼과 팔린 생선의 비린 영혼은

기구하지만 환생의 굴레 외곽에서 서로 접하고 있다.


***


비릿한 생선과 비릿했을 노파의 모습이 겹쳐진다.

비릿한 것들은 왠지 다 안쓰럽다.


나도 가끔 비릿한 것들을 외면하기도 하지만

씻어도 지워지지 않는 냄새는 어쩔 수가 없다.


비린내가 좀 나면 좀 어때..?

살다 보면, 아니 살아보면

누구나 자기만의 고유한 냄새 하나쯤

다 갖고 사는 거잖아..?


살면서 남에게 해코지 안 하고, 무고(誣告) 하지 않고,

사기 치지 않고, 비열하지 않았으면 그것으로 족한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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