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어 갈수록 책/글/말 등에 대한 신뢰가 점차 흐려진다. 그래서 글 혹은 책을 잘 안 읽게 되고, 타인의 말을 잘 안 듣게 되는지도 모르겠다. 한마디로 나도 모르게 고집과 아집만 강해진다는 것이다. ㅠㅠ
본시 말/글/책이란 것들은 현실에서는 구현/실현/존재하지 못하는(혹은 않는) 관념의 세계임을 고려하면 (말/글/책을 읽고 보는 것이 나름의 의미는 있겠으나) 큰 의미는 없는 것 같다는 게 요즘 나의 생각이다.
그러한 생각의 경향을 갖게 되는 것은 아마도 내가 나이 먹어가는 탓도 있겠지만… 인간은 말/글/책과 같은 관념의 세계에 살지 않고, 현실이라는 세계에 발을 딛고 사는 것이니… 책/말/글 보다 현실을 직시하고 현실의 세계를 이해, 적응 혹은 극복하는데 더 힘쓰는 것이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흐르는 것 같다.
현실의 세계도 이해/적응/극복하지 못하면서 그동안 관념의 세계에 너무 빠져있었던 것이… 돌이켜보면 별로 좋은 것 같지는 않다. 물론 관념의 세계도 나름 의미를 갖고, 가치가 있으며 때로는 추구해야 할 것들이지만 말이다.
(물론 다 그런 건 아니지만) 대부분의 이론가, 비평가, 해설가, 지식인, 작가라는 사람들 역시, 필부/범부들과 마찬가지로 비겁하고 비루하게 살 뿐이니… 작가/지식인 이랍시고 특별한 의미/권위를 부여하지 않는다. 작가들 역시 현실의 세계에서 먹여 살려야 하고, 먹고살아야 하는 숙명을 피할 수는 없다.
만약 작가가 어떤 특별한 권위를 갖고자 한다면... 작가는 단순히 관찰자, 서술자에 그쳐서는 안 된다. 현실에 참여하고 개혁 변혁하려는 개혁가이고 변혁가 일 때 독자/대중들로부터 자발적 권위를 부여받을 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 않고 단순히 관찰자 혹은 서술자에 그친다면 수많은 필부/범부들과 다를 것이 없다.
나의 블로그 역시 다르지 않다. 글로 구성된 나의 블로그 역시 신뢰할 만한 것은 못 된다. 진위 여부 혹은 신뢰도에 대한 판단은 오직 읽는 자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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