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나 역시 죽음에 대해 그다지 진지하게 생각해 보지는 않았지만... 어느새 시간이 흘렀고, 이제 점차 부모님의 죽음과 심지어 나의 죽음에 대해 생각해 보는 시간이 점차 늘어간다.
그런 와중에 우연히 아래 책을 알게 되었는데... 문득 (존엄사가) 왜 단식을 통해서만 허락(?) 되어야 하는 것인지 의문이 들었다. 현대와 같이 의학이나 화학, 과학 등이 발달한 시점에... 더 덜 고통스러운, 좀 더 평온한 방법은 없는 것인지, 그리고 그 좀 덜 고통스러운 방법이 있다면... 그것은 왜 (특히 한국에서) 허용되지 않는 것인지 질문하게 된다.
그리고 이 존엄사에 대한 동서양의 시각, 견해, 생각 차이는 없는지도 궁금했는데... 추측건대 유교적 불교적인 전근대적 관념이 어전히 강한 위력을 갖는 동양, 특히 한국에서 더 받아들여지기 어려울 듯싶다. 하지만 머지않은 미래에 한국도, 한국 사람들도 변화를 겪게 될 것이다. 마치 상투금지를 극력히 반대했던 (누군지도 모르고, 알고 싶지도 않고, 알려지지도 않은) 그 조선인들 처럼 말이다.
작가 '비류잉'은 타이완대학 의대를 졸업하고 재활학과 의사 교수로 재직 중인 저자는 64세에 윤전병으로 투병하다가 83세에 안식을 통해 존엄사를 선택한 경험을 책으로 집필했다고 하며, 현재 안락사가 불법인 타이완에서 베스트셀러였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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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식 존엄사 - 의사 딸이 동행한 엄마의 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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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요약:
이 책은 초고령화 사회에서 죽음에 대한 깊은 성찰을 제공하며, 한중일 국가의 죽음과 장례 의식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준다. 저자는 딸의 어머니를 존엄하게 떠나보내기 위해 단식 존엄사를 선택한 경험을 바탕으로, 음식량을 점진적으로 줄이는 것이 환자에게 자애로운 방식이라고 설명한다. 중증 환자 가족이나 고령의 부모님을 간호하는 이들에게 귀중한 참고 자료가 될 수 있으며,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인간의 선택과 그 의미를 탐구한다.
=책 속으로:
세상은 수시로 변하고 사고는 갑작스레 발생하기 마련인데 당사자가 의사 표현을 할 수 없게 되면 당황한 가족은 의견이 분분해진다. 소송을 당할까 두려운 의료기관은 환자를 최대한 살리는 것을 원칙으로 삼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와상생활을 해야 하는 상황이 되고 가족들은 나중에야 후회하곤 한다. --- pp.9~10
이때부터 삼촌 일가에 비참한 운명이 닥쳤다. 삼촌은 와상 환자가 된 지 5년 후 목에 옷을 감은 채 침대 아래로 굴러떨어져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사촌 오빠는 확진 10년 후 얼굴에 비닐봉지를 쓰고 질식해 사망했다. 사촌 동생은 20대에 발병해 병상에서 7, 8년을 보냈다. 말도 못 하고 음식도 못 삼키고 온몸에 관절 변형과 욕창이 생겨 뼈만 앙상해진 채 세상을 떠났다. 향년 마흔넷이었다. --- pp.33~34
어머니의 발병 후 우리는 아버지에게 반드시 알려야 한다고 생각했다. 아버지가 그 때문에 어머니에게 더 잘해주기를 바랐다. 그러나 아버지는 자신을 위한 민간요법을 찾는 데에만 급급해 중풍이 완치되기를 기대하면서 어머니의 병에 대해선 묻지도 않았다. 어머니의 병은 진행 속도가 느려서 바로 와닿지 않는다. 여전히 아버지는 아무렇지 않게 이래라저래라 명령하며 어머니를 부리는 ‘서방님’이셨다.--- p.65
환자는 음식을 안 먹어서 죽는 게 아니라 죽음을 목전에 두고 소화 흡수를 못 해서 안 먹는 것이다! 여러 번 반복해 설명하고 실제 조치를 보여주자 요양원 직원과 가족들은 마침내 나카무라의 ‘아무것도 안 하고 요양하며 자연사’하는 방식을 받아들였다.--- p.116
긴 병에 효자 없다는 말이 있다. 두 어르신이 이렇게 원망 없이 남편에게 모든 것을 쏟아부은 것이 사회적 가치관 때문인지 부부의 정 때문인지 존경스럽고 깊이 생각해 보게 한다. 이런 희생은 가치 있는가? 그들에게 공평한 일인가? 매년 수많은 가정에서 비슷한 일이 생기면 사회적으로 얼마나 큰 부담인가?--- p.131
시아버지는 와 사이 생활 12년 차(93세)에 자다가 임종하셨다. 장례를 마치고 나서야 남편이 말했다. “마지막 1년 동안은 마음속으로 수없이 고뇌했어. 아버지가 이렇게 살아 계신 게 의미가 있나? 아버지를 고통스럽게 살려두는 게 효도하는 건가? 아니면 불효인가?”--- p.133
사랑하기 때문에, 우리는 어머니의 고통을 지켜보며 손을 놓아야 했다. 어머니가 낡은 육신을 떠나 건강한 몸으로 돌아오도록. 그리고 어머니의 정신은 어머니가 떠났기 때문에 우리 마음속에 더욱 또렷이 살아 있었다.--- p.136
=출판사 리뷰:
어머니의 단식 존엄사
자녀들에게 남긴 마지막 수업
저자의 어머니는 이미 중년이 넘은 나이에 소뇌 실소증이라는 가족 유전병이 발병한 사실을 알게 된다(외삼촌과 사촌들은 이 때문에 비참하게 삶을 마감했다. 부모 중 한 사람이 걸리면 그 자녀는 2분의 1의 확률로 걸리는 병이었기에 어머니는 삼 남매 또한 무조건 검사받기를 원했고, 저자와 여동생은 검사 결과 유전되지 않았음을 확인했다. 다만 남동생은 자식이 없을뿐더러 치료법이 없는 병이기에 굳이 검사하지 않겠다고 버텼다). 그동안 이 병에 걸린 친척들의 불행한 말로를 목격해온 터라 어머니는 의사인 큰딸에게 자신의 마지막을 부탁한다. 평소 꾸준히 요가를 해온 덕분에 발병 시기가 늦춰졌고 추가로 재활운동을 하지 않아도 될 만큼 건강한 어머니였지만 병이 진행되자 삶에의 의지를 잃고 하루빨리 고통에서 벗어나고 싶어 한다.
그러나 타이완에서 안락사 법안이 통과되는 일은 요원해 보였기에, 모녀는 자주적 단식을 통한 존엄사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어머니는 이듬해 생일이 지나면 실행에 들어가겠다고 결심한다. 어머니는 곡기를 끊고 식사량을 점진적으로 줄여나갔다. 곡기를 끊는 단식 존엄사 방식은 의사 나카무라 진이치가 ‘5곡 7일 끊기, 10곡 7일 끊기, 야생 식물과 과일 섭취 7일, 수분 7일 끊기’의 방식으로 구체화해 제시한 바 있다. 생선이나 고기는 먹지 않고 죽과 삶은 채소, 과일을 주식으로 했으며 허기를 덜 느끼고 사레들리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오일과 연근물을 섭취했다. 단식 11일 후부터는 고형 음식을 모두 끊었고 이틀 뒤 연근 물도 끊었다. 18일째부터 숙면하는 시간이 길어지더니 21일째 되는 날 어머니는 편안한 얼굴로 떠나셨다.
어머니는 마지막까지 흔들림 없는 강인한 의지를 보였고, 가족들도 평소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하며 서로의 생각을 공유해왔기에 어머니의 결정을 존중해 주었다. 그렇다고 이 모든 것이 아름답게만 흘러간 것은 아니다. 어머니는 단식하는 과정에서 육체적인 괴로움을 호소했고, 그 모습을 지켜보는 가족들은 가슴을 움켜쥐어야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삼 남매에게 이 모든 과정은 어머니가 해주신 수업이기도 했다. 반세기 전에는 집에서 임종하는 사례가 흔했지만, 현재는 약 80퍼센트가 병원이나 요양 기관에서 사망한다. 나카무라 진이치는 임종 직전에 병원에 실려가 무의미한 치료를 받고, 심폐소생술까지 행하는 ‘의료사’ 대신 집에서 자연사하는 것을 권장하며 그것이 다음 세대에게 남기는 마지막 유산이라고 했다. 달라이 라마는 죽음을 긍정적으로 생각하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오래되고 낡고 찢어진 옷은 바꿔 입어야 하는 것처럼 육체도 망가지면 이와 같은 이치다. 죽음이란 이처럼 간단하며, 신비하거나 어두운 일이 아니다.”
또한 병원에서는 가족끼리 충분한 시간을 보내다가 작별 인사를 나누기 어려운 경우가 많지만 집에서 자연사하면 가족들과 함께 둘러앉아 마음을 나눌 시간이 충분히 주어진다. 실제로 저자의 가족은 생전 장례식을 치르면서 어머니와 함께 그동안의 삶을 회고하며 어머니가 얼마나 훌륭한 분이고 열심히 살아오셨는지에 대해 존경과 감사를 나눈다. 이를 통해 떠나는 사람과 남겨지는 사람 모두 회한 없이 가족 간의 깊은 정을 느낄 수 있다.
‘사망 자결권’은 어떻게 존중되어야 하는가
1980년대에 저자가 타이완대학병원에 근무할 당시 식물인간 왕샤오민의 어머니는 20년 동안이나 딸을 간병했지만 차도가 없자 딸이 더 이상 고통받는 것을 원치 않는다며 안락사 법의 필요성을 제기해 사회적인 논의가 이뤄지는 계기를 만들었다. 타이완에서는 호스피스 완화의료를 시작으로 ‘안녕완화의료조례’ 및 ‘환자 자주 권리법’을 시행하게 됐다. 이로써 환자들이 현재 처한 고통에서 벗어나거나 차후에 그렇게 할 수 있도록 미리 자신의 의사를 밝힐 수 있다. 다만 적용 대상과 시기와 관련해서는 아직 보완해야 할 점이 많다. 한편 의료계와 종교계 등에서는 여전히 안락사 법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낸다. 그 이유를 살펴보면 첫째, 환자의 생명을 끝내는 것은 더 나아질 기회를 없애버리는 것과 같다는 의견이다. 이에 대해 저자는 의사는 신이 아니기에 의료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음을 지적한다. 스위스에서 안락사를 택했던 푸다런 선생은 완화의료의 도움으로도 해결되지 않는 고통과 모르핀 알레르기 때문에 심각한 부작용을 겪었다.
둘째, 안락사는 의학 윤리에 위배된다는 의견이다. 저자는 안락사 법이 통과되더라도 의사 개인에게는 여기에 참여하지 않을 선택권이 있다고 말하며, 의학계가 모든 의사에게 동참하지 말 것을 종용할 권리는 없다는 의견을 펼친다. 앞으로는 환자의 ‘사망 자결권’을 더 존중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며, 환자의 평온한 죽음을 돕는 것 또한 의료의 일부라는 사고의 개선이 필요하다. 그 외에도 일명 ‘산사태 효과’에 대한 염려가 존재한다. 안락사 법이 통과되면 사회적 약자에게 죽음을 선택하도록 종용하거나 당사자가 그런 선택을 해야 한다는 압박을 받을 상황을 의미하는데, 이 또한 미국과 네덜란드의 통계를 참조하면 우려와 현실이 다르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웰다잉’, 즉 존엄사에 대한 논의는 더 이상 추상적으로 죽음을 미화하거나 다른 누군가의 사건으로 축소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이 책은 타이완 사회의 현황과 사례를 주로 다루지만 고령화 사회, 노인 빈곤, 환자의 자기 결정권 등이 이슈가 되고 있는 한국 사회에도 첨예한 논쟁거리를 제시한다.
=추천평:
사랑하는 어머니의 ‘존엄한 죽음’이라는 소원을 서글프지만 ‘나’의 입장에서 어떻게 들어드릴 수 있는지 지침을 제공한다. 또한 국내외 방대한 자료를 정리해 타이완 사회에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가히 ‘정’ ‘이치’ ‘법’ 삼박자를 고루 갖춘 책이라 부를 만하다!
- 라이치완賴其萬 (신경과 전문의·화신병원 의학 교육 교수)
국민투표나 죽을 권리 법안이 통과되는 것과 별개로, 이 책에는 더 이상 시간을 지체하지 말고 불치병으로 고생하는 환자 스스로의 염원과 권리를 분명히 의식하고 존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담겨 있다.
- 장성江盛( (산부인과 전문의·안락사 입법 추진)
유한한 삶 속에서 존귀하고 책임감 있게 하루하루 살자. 우연히 태어나, 필연적으로 죽는다. 죽음에 초연했던 어머니는 가장 소중한 수업을 해주셨다.
- 비헝다畢?達 (국립타이완대학 건축도농연구소 교수)
삶과 죽음을 마주하고 임종을 함께하는 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이 책은 앞으로 무수한 가정에서 가족의 중병이나 임종을 마주하게 될 때 마지막을 함께할 최고의 경전이 될 것이다.
- 저우즈젠周志建 (심리학자·작가)
『단식 존엄사』는 삶에 대한 교육서이자 아름다운 가족 역사서다. 개인의 경험에서 시작해 사회에 대한 관심을 바탕으로 삶을 전면적으로 꿰뚫어 본 힐링 에세이다. 또한 삶에 대한 통찰력을 전해주는 책이다.
- 리충젠李崇建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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