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ctober 10, 2014

88부동산 - 전다형



88 부동산 - 전다형

미분양된 여름 하늘을 특별 분양합니다
덤으로 북두칠성과 오리온자리는 옵션입니다
한 번 받은 분양은 해약할 수 없습니다
선착순 무상입니다
지금 서둘러 신청하십시오

그녀는 운 좋게 여름 하늘을 분양받았다. 덤으로 북두칠성과 오리온자리까지 품고 집으로 돌아와 잠 속에서 이전 등기를 마쳤다. 잠 배가 불러와 잠을 깼다. 잔챙이 별들이 소리 없이 따라와 이불에 총총 떴다. 지고 얼마 후 여름 우기는 선택사항에서 빠뜨린 게 우환이었다. 정동진 해돋이와 서해 해넘이까지 덤으로 얹어줄 때까지는 마냥 억만장자 안 부럽다 우쭐거렸다. 노을의 혓바닥이 바다 가장자리를 어르고 달래고 놀다 돌아갔다.

하늘이 깜깜할 무렵 제 정신이 잠시 들어왔을 때는 이미 먹구름이 몰려왔다. 우르르 쾅쾅 천둥번개가 안방 건넌방을 맨발로 휘젓는 순간이었다. 출렁이는 억만장자의 꿈은 한방에 날아가고 잠을 덮은 이부자리가 흠뻑 젖었다. 북상하는 구름이라도 잡아타고 오르고 싶은 하늘 귀퉁이에서 자투리 잠에 매달렸다. 한 가닥 회오리바람을 잡아당겼으나 툭 걷어차였다. 길거리에 헛바람 잔뜩 들여 마신 비닐봉지가 바람을 따라 구석으로 내몰리고 있었다. 나무가 쓰러지고 축대가 무너지고 집이 매몰되었다.

폭풍이 불고 소나기가 쏟아지고 물난리가 나고 재방이 터지고 이재민이 늘어나자 속수무책이었다. 후릴 방책을 따라 88부동산에 매물이 쏟아졌다. 무상분양 무상임대 즉시 입주 가능 합니다. 양도소득세 등기 이전비 완전 면제 땅, 땅, 땅 큰 소리 치고 살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잔여분 특별 분양이라는 방을 붙였다. 


***

이미 주택보급률이 100%를 넘어선지 오래라고 합니다.
그런데 집없는 사람들이 부지기수라고 합니다.
대체 이 넌센스를 어떻게 이해하란 말입니까..
그럼 100%가 넘는 그 많은 집들은 다 어디로 간 것일까요..?

집은 불로소득 재테크의 수단이여서는 안된다.
사람이 살고 사람이 쉴수있는 공간...집.
서울특별시에서 집은 사람이 사는 집이 아니다.
그럼 사람이 쉬는 공간이 아닌 집아닌 집에서 사는 사람들은 뭐가되지..?

누군가의 부동산재태크로 인해 내가 고통받는 것처럼
나의 부동산재태크로 인해 누군가 고통받는다.
이기적 욕심이 결국 악순환을 일으키고 스스로 역시 피해를 입는다.

집은 사람이 사는 공간이여 한다. 지친 몸, 쉴 수있는 그런 집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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