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말에 벌초 간다. 허긴 뭐 주말이나 나들이 계획같은 걸 설계하지 않는 편이여서 상관없지만..쩝. 주말계획이 벌초인 관계로 말이 나왔으니 말인데..매장문화와 벌초등등에 대해서 함 다시 함 생각해 보자. 솔직히 제사나 매장문화같은건 오래전부터 생각한 것이지만 말이 나왔으니 지껄여 보자. 지껄인다고 뭐 개선되거나 반영되는 건 없다. 그냥 그렇다는거지..쩝.
-- 주말계획 --
출발시간: 금요일 저녁 7-8시전후
운전시간: 6-7시간
위치: 남쪽 끝자락
벌초 묘 현황: 첩첩 산중 3개 산에, 13개 묘 분포(등산로/산길 없음)
동원인원: 약 10명 내외. 고령화 및 기계미숙등으로 실질 노동인원 3-4명
벌초 소요 예상 시간: 8-12시간(상황에 따라 변동)
암튼..매년가는 벌초가 나는 꽤나 불편하다. 육체적, 정신적 스트레스가 좀 심하다고 여겨지기 때문이다. 잡초가 거의 사람 새깨손가락 굵기로 1미터 넘게 자라고, 길도없는 오지산중의 세개 산의 비탈에 위치한 13개의 묘를 벌초 한다는 것이 생각보다 어렵다. 상황이 이러다보니..웬만한 잔디깍는 수준의 재초기 가지고는 택도 없는데..이게 생각보다 상당히 위험하다. 하지만 육체적인건 별 문제는 아닐 수 있다. 문제는 정신적 불편함이다.
유교주의나, 혈통주의, 조상숭배 같은 걸 믿지 않는 사람에게는 꽤나 납득하기 힘든 이런 벌초나 제사 같은 관습을 아무런 생각없이(의견, 생각의 청취나 반영없이) 무작정 따라야 한다는 그 일방적 작동 시스템이 싫은 것이다.
관습이나 전통이란 과연 무엇인가? 그 어떤 것이 관습이나 전통이라는 이름으로 작용해야 한다면 그것이 작금의 시대적 상황에 부합하는 것인지 혹은 합리적으로 지켜지고 운영될 수 있는 것인지 고민하고 생각해 봐야 하지만..생각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특히 노인들은 더더욱 그렇다. 그냥 과거부터 믿어왔던 혹은 쇠뇌 되었던 혹은 주변 사람들이 그러하니까등등..막연하고 맹목적인 믿음으로 아무런 질문도 없이 그저 따라가고 있는 격이다. 마치 암기가 지혜라고 믿는 것처럼 말이다.
문득 생각해 보면..전통이나 관습은 결국 끝없이 변하고 소멸하는 과정을 거치는 것 같다. 먼 과거의 전통이나 관습은 중간과거의 전통이나 관습에 의해 사라지고, 중간과거의 전통이나 관습은 최근과거의 전통이나 관습으로 대치된다. 요컨데 모든 관습이나 전통이란 결국 사라지는 것이다. 먼 과거와 중간과거의 그것들은 따지고 보면 최근 과거의 그것과 비교하면 별 의미가 없다. 하지만 사람마다 믿는 그 과거의 시점이 다르다는 것이 사람들간의 충돌을 야기 시키는 것 같다. 어떤 사람은 먼과거를, 어떤 사람은 중간과거를, 어떤 사람은 최근과거의 그 관습과 전통을 믿는 것이다. 요컨데 서로 믿고 있는 전통이나 관습이라고 불리우게 되는 시점이 다른 것이다.
그러나 사람들간에 발생하는 충돌의 보다 근본적 원인은 이 서로 다르게 믿고 있는 전통이나 관습의 시점적용을 서로에게 강요하는데 있다. 예를들면 이렇다. 먼 과거의 관습을 믿는 사람은 그의 믿음을 중간과거의 관습을 믿는 사람에게 강요하는 것이다.(물론 그 반대도 마찮가지다. 중간과거의 관습을 믿는 사람은 먼과거의 관습을 믿는 사람에게 자신의 믿음을 강요하지..)
해결책은 하나다. 강요하지 않으면 된다. 하지만 이는 먼과거의 관습을 믿는 사람에게는 매우 불리하다. 왜냐하면 먼과거의 관습 일수록 그 수행/동조/동의등이 어렵기 때문이다. 이때 이용되는 것이 일방적 유교주의다. 어른, 노인등의 이름으로 강요가 이루어 지는데..이는 유교주의가 인식가치의 중추를 이루고 있는 대한민국에서는 매우 강력한 무기가 되지만 어찌보면 매우 불합리한 것이며 설득력이 없는 억지에 불과하다.
노인이나 어른이란 시간이 지나면 아무나 될 수 있는 것이자만..소위 공경의 의미에서의 노인과 어른이 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엄청난 이해와 양보와 타협의 내공을 쌓아야 하기 때문이다. 예를들면..어떤 노인이나 어른이 요즘 여자들의 민소매나, 배꼽티, 초미니 미니스커트 같은 것에 심한 거부감을 가지는 것도 아마 이런 내공이 부족하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하지만 안타갑게도 내공부족을 인정하고 이해와 양보를 하려는 노인이나 어른은 별로 없다. 다만 더욱 고집스러워 질 뿐이다.
사람마다 믿는 것은 다르다. 각자 믿고 있는 것은 각자의 방식으로 지켜가며 다른 사람의 믿음을 존중하면 된다. 분명 어느 한쪽이 다른 한쪽에게 믿음을 강요 할 수는 없지만..하지만 그런 일반적 상식이나 논리가 통하는 사회가 아니고보니 충돌을 끝이 없다. 이건 단지 관습에 대한 믿음 뿐 아니라 어떤 이데올로기나 문화, 패션, 취향등등에서도 마찮가지다. 이런 충돌을 최소화 할 수 있는것은 각자의 믿음은 각자의 방식으로 유지하면 된다.
문득 이시대는 개인주의를 요구하고 있다는 어느 교수의 말이 생각난다. 어쨋거나..이번 벌초에도 교통사고 없게 하시고, 일사병 안걸리게 하시고, 말벌이나 벌초기에 사람다치는 안전사고 없게 하여 주시길.. 항상 궁금한건 안전사고가 나면 과연 그 책임은 누가 질 수 있을까? 허긴..다들 쌩까시겠지뭐..
불교에는 이런 말이 있다고 한다. 죽은 사람 백번숭배 하는 것보다 살아생전에 공덕 한 번 쌓는 것이 극락에 가까워 지는 길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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