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 - 이선욱
교차로에는 지나가는 차들이 있다
지나가지 않는 차들이 있다
자연스러운 방식으로
무엇은 무엇인가를 마주한다
어떤 경적은 낯선 타이밍으로 울리고
덕분에 거리는 엉키지 않았다
누군가는 머리칼을 날리며 뛰어간다
놀라는 것은 평범한 삶이다
놀라지 않는 것도 평범한 삶이다
신호가 바뀌고
불빛의 흐름이 일제히 방향을 바꾼다
전조등에 눈부셔하는 사람처럼
실상은 늘 그 반대편에 있다
아무것도 건너지 않았으나
순간은 정면을 스쳐가고
사유는 느리게 교차한다
그 사이를 가로지르는 저녁이 있고
또 저녁을 역행하는 계절이 있고
그것들은 하나의 질서를 형성한다
동시다발적으로 위험하면서도
동시다발적으로 무사하게
잘 살고 있는
한편에는 유쾌한 고독과 혐오가 있고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으며
누군가는 누군가를 사랑한다
그러나 불현듯 한 대의 배달 오토바이가
소멸하는 유성처럼 지나갈 때
그렇게 흔들리는 두 눈과
꼭 감은 두 눈과
내 손을 잡고 있는 너와
너의 유일한 세계는
바뀌지 않고
더러는 이유도 없이
온통 점멸하기 시작하는 신호들
***
눈길 교통은 언제나 난리버거지다.
내 인생의 교통도 늘 뒤엉키고 미끄러진다.
살다보니
신호를 지키지 못할때도 있고, 미끄러져 추돌할때도 있고
때로는 이유없이 고장난 신호등처럼 종일 깜빡 거리기도 한다.
적색은 멈추라는 신호, 녹색은 달리라는 신호..
멈출때 멈추지 못하고 달려야할때 달리지 못하는
내 삶의 신호등은 색맹 혹은 반사신경 부재..?
아, 삶이 매끄러워질때는 언제일까..?
내년에는 멈출땐 멈추고 달릴땐 달려주는 한해가 되야할텐데..쩝.
세상에는 사람 수 만큼이나 다양한 교통이 존재하는 것 같다.
교차로를 지나는 차들 혹은 멈춰선 차들..그리고 그속에서 마주치는 사람들
그렇다면 동네 교차로는 인간 세상의 축소판인 셈인가..^^;
하찮은 일상에서의 하찮지 않은 발견..
2012년 마지막 날인 오늘도 저마다의 교통은 변함없이 서로 분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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