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ctober 28, 2014

혈연주의
blood tree


이번 천안함 사태로 인해 사망한 신선준상사의 보상금과 관련한 소식을 보면서..대한민국의 혈연주의라는 것이 얼마나 설득력이 없는 것일 수도 있는지 그 단적인 예를 보여주는 것 같다.

26년간 쌩까던 친모가 느닷없이 나타나..안타갑게 사망한 아들의 보상금을 받아가는 현실과 그 엄마라는 사람의 인간성을 보면서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하는 혈연중심주의가 아닐 수 없다.(더 크게는 과연 부모란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한다.)

법조계쪽의 의견은 비록 다소 불합리하더라도 혈연을 중심으로 법을 규정하여 차후의 혼란을 막고자 하는 것이라는데..왠지 설득력은 없어 보인다. 법적혼란예방은 혈연주의가 아니고서도 얼마든지 마련할 수 있다. 혈연주의에 의해 혼란예방이 가능하다면 관계주의에 의한 예방 역시 당근 가능한 것이다.

융통성이란 바로 이런때 적용해야 할 단어이지...부패와 편법을 위해 사용하는 단어는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법조계의 말처럼 지금 당장의 현실이 그렇다고 하더라도 그 법을 적용하는 법관의 이성적 판단에 의해 법적용에 융통성을 발휘할 수도 있었을 텐데..하는 생각이 든다.(허긴 작금의 법조계 꼬라지를 보면 너무 큰 기대이기는 하다만..)

물론 혈연주의에 의한 법적 구분이 상속같은 것에 그 기준이 될 수도 있고, 비록 불합리 하더라도 이외의 다른 가족간의 불화에서 중요한 척도가 되는 것이지만..그 법적 기준의 적용과 실행은 지극히 합리적이여야 한다. 하지만 작금의 시대에 혈연주의에 의한 기준적용이 상당히 무리가 있는 것이다. 현실은 갈수록 관계주의로 나가고 있는데..법이나 관습은 여전히 과거지향적이다보니 그야말로 골때린다 싶은 케이스를 종종 보게되는 것이다.

예전부터 거듭 피력하는 것이지만..악법은 결코 법이 아니다. 악법은 악, 그 자체일 뿐이지 법으로의 성격을 가질 수 없다. 왜냐하면 법이란 본래 공정하고, 정의로우며, 합리적이고 평등해야 한다는 대전제가 있기 때문이다. 만약 그런 대전제에 부합하지 못하는 어떤 법(?)조항이 있다면 그건 이미 대전제에 부합하지 않는 것으로 법이라 칭할 수 없으며, 따라서 그런 비합리적 불합리한 것을 법이란 이름으로 적용한다는 것 자체가 모순이 아닐 수 없다.

이런저런 측면에서 봐도.. 혈연주의에 의한 대한민국의 친족주의 혹은 가족주의는 이제 관계주의에 의한 친족주의 혹은 가족주의로 바뀌어야 한다. 요컨데 단지 나았음으로 부모/가족이 아니라 길렀음으로 부모/가족이란 것이다. 솔까만... 혈연주의란 고독을 두려워하는 나약한 인간들이 만들어낸 편가르기에 지나지 않는다. 이런 혈연주의에 의거하여 기준으로 보면... 입양한 사람들은 절대 부모, 자식관계가 성립될 수 없어야 한다. 간혹 입양에 의한 부모/자식관계가 성립되었더라도..아주 나중에 입양아의 생모가 살아 있음을 알게되는 경우도 있는데..그런 경우에 입양해서 기른 사람은 졸지게 남이 되버리는 골때리는 상황이 연출될 수도 있는 것이다.

이러한 골때림을 한 방에 날릴 수 있는 것이 바로 관계에 의한 가족의 개념이다. 이처럼 혈연주의에 의한 소위 미풍양속은 조상숭배라는 미신을 비롯, 제사같은 비합리적 관습을 양산한 건 아닌지 모르겠다. 물론 이러한 관습이 쉽게 없어지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과연 혈연주의에 의한 그 관습과 우리가 믿어 의심치 않는 관념이 과연 작금의 시대에 이성적인 것인지, 정의롭고 설득력이 있는 것인지, 합리적이며 효율적인 것인지는 생각해 봐야할 문제이지 싶다.

어쨋거나..보상금 받아가시는 그 분께서는 26년만에 느닷없이 눈먼돈이 떨어지셨으니..참 좋으시겠다. 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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