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은 작가라는 사람의 사망소식.. 살다살다 이렇게 황당한 뉴스는 처음이다. 그것도 나의 조국 대한민국에서 말이다. 누군지도 모르는 그녀의 유언이 되버린 밥과 김치좀 달라는 그녀의 쪽지는 그야말로 너무나 간절한 것이여서..전혀 무관한 사람인 나도 눈물짖게 할만큼 슬픈 것이였다. 대체 뭐라고 해야할지 모르겠다. 머리속은 이 어처구니 없는 소식에 그저 멍때리기만 할 뿐이다. 이게 슈밥..말이 되는 것인가. 굶어죽다니..(뭐 굶어서 사망했다기 보다는 지병과 영양실조등의 이유라고는 하지만 열악한 생활환경에 의한 것이라면 그거나 저거나 마찮가지지뭐..)
속에서 뜻모를 분노가 치밀어 오른다. 대상도 없는 분노지만..알 수 없는 분노가 끓어 오르는 것이다. 아, 슈밥스런 나의 조국 대한민국..거대 자본은 도데체 얼마나 가난한 노동자를 긁어 먹었으면 총망받았던 시나리오 작가가 2011년 대한민국에서 영양실조와 지병을 제대로 치료 못해서 골방에서 죽었겠는가..
솔직히 영화판에 대해 피상적으로 대충은 알고 있었지만 절실하게 혹은 심각하게 받아 들이지 않았다. 내 자신이 직접 영화판에 있는 것이 아니였음으로.. 다만, 그저 아주아주 예전에 지금은 잘 기억도 안나는 영화공부하던 어떤 후배를 통해서 혹은 주변에 연예계쪽에 발담갔던 지인등을 통해서 소위 영화계 방송계에 대한 저급한 소문(?)만 들었을 뿐이였다.
최작가에 대한 뉴스를 보면서 오만가지 생각들이 스친다. 왜, 무엇때문에 혹은 무엇이 그녀를 그토록 벼랑 끝으로 내몰았는지..연예인들이라면 아주 환장하는 그러나 약자에게는 더 잔인한 대중, 출연료가 어쩌구 저쩌구하는 유명 배우들, 도토리는 싫다던 어느 인디가수, 철학이 빈곤한 그야말로 천박한 대한민국, 색깔이념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조국, 삽질같은 육체노동만이 노동이라고 여기고 유교주의로 무장한 노인, 그리고 군대문화와 학벌 그리고 지연 학연, 나이문화로 똘똘뭉친 사회, 자본의 권력만이 곧 정의이라 믿는 사회, 연예인이나 대기업을 신앙처럼 믿는 사람..등등을 생각하게 된다. 한마디로 작금의 이 저급한 대한민국을 형성하는데 일조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그 모든 것들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나는 것이다.
헌데..어쩌면 나 역시 그 저급한 오만가지 것들속에 항상 존재한 것은 아닌지 뒤돌아 보게 된다. 나 역시 돈이면 제일이라고 여기지 않았던가, 돈 잘 버는 무엇무엇이 되고 싶어하지 않았던가..편견과 오만에 사로 잡혀 악착같이 자신의 믿음만을 강요하지는 않았던가..정직하고 바르게 살아서는 대한민국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고 믿지 않았던가..남이야 어찌되건 그저 내 편만 찾고, 내 가족만 온전하기를 바라고, 나만 잘 먹고 잘살자고 덤벼들지 않았던가..불합리와 모순을 보고도, 심지어 제대로 의심하거나 궁금해하지도 않았고, 알고도 모른척 하지 않았던가..총체적 부조리며 모순에 무관심하고 묵인하지는 않았던가..
모든 힘은 국민 아니 대중에게서 나온다는 어떤 분의 말이 세삼스럽게 떠오른다. 저급한 대한민국을 바꾸는 힘은 대중에게 있다. 비단 최작가가 몸담았던 영화계 뿐이 아니다. 음악계, 영화계, 방송계, 종교계, 정치계, 경제계, 사회계, 문화계의 모든 부조리와 모순을 바로잡는 근본적인 힘은 대중에게 있다. 어리석고 부조리한 대중이 어리석고 부조리한 사회를 만드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 모순과 부조리속에 나 역시 존재했던 자신을 발견하게 되니.. 아, 할말이 없다. 그저 미안할 따름이다. 뭐가 미안한지는 잘 모르겠다. 근데 그냥, 마냥 미안한 생각이 든다. 행여 사회적 타살에 나 역시 동조했던 것은 아닐까.. 아, 슈밥.
자기반성에 인색했고, 이해와 관심 또는 배려가 약했던, 타인의 고통에 대한 연민이 부족했던 내 자신에게도 미안하고, 어리석은 잉여인간으로 꾸역꾸역 살아 행여 그녀를 타살한 것은 아닌지..뜻도 모르고 대상도 막연하게 미안하고 또 미안해진다.
두서가 없다. 그저 미안하고 한 없이 미안하다는 말밖에 할말이 없다. 이런 지랄같은 대한민국 문화를 형성하는데 일조한 것 같아 미안하고, 그릇된 문화와 이념 혹은 믿음을 물려준 것 같아 미안하다. 유구무언이다. 진심으로 그녀의 명복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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