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쟁이" - 도종환
저것은 벽
어쩔 수 없는 벽이라고 우리가 느낄 때
그때
담쟁이는 말없이 그 벽을 오른다.
물 한방울 없고 씨앗 한톨 살아남을 수 없는
저것은 절망의 벽이라고 말할 대
담쟁이는 서두르지 않고 앞으로 나아간다
한뼘이라도 꼭 여럿이 함께 손을 잡고 올라간다
푸르게 절망을 다 덮을 때까지
바로 그 절망을 놓지 않는다
자신을 넘을 수 없는 벽이라고 고개를 떨구고 있을 때
담쟁이 잎 하나는 담쟁이 잎 수천개를 이끌고
결국 그 벽을 넘는다
***
하루하루가 절망같은 필부들의 삶은
그야말로 초라하고 고단하기만 하다.
매일매일 지루하고 단조로운 일상은
언제나 희망없고 뒷걸음질만 치는 것만 같다.
하루가 멀다하고 터지는 크고 작은 일상의 사건들 속에서
담쟁이 잎 같은 보잘 것 없는 사람들은 절망의 벽앞에 종종 고개을 떨군다.
하지만 담쟁이 잎은 푸르게 절망을 다 덮을때까지
그 절망을 잡고 결국은 말없이 벽을 넘는다.
서두르지 말라. 절망하지 말라.
담쟁이 잎처럼 나약하고 하잘것 없는 우리는
결국 벽을 넘을 것이니..
근데 왠지 이 시를 읽고나니
강건해지는 결의가 생기면서도 동시에 서글퍼지네..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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