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는 오래전 백지연씨가 마광수씨를 인텨뷰 했을 당시의 내용이다. 최근 마광수의 글이 우연인지 필연인지 자꾸 눈에 띠여서.. 마광수에 대한 이런저런 기사와 글을 읽다가 발견했다. 기억해보니.. 이 인터뷰 방송을 본 것 같은 기억도 나는 것 같다. 다시 글로 읽어보니 기억이 떠오른다.
마광수의 주장은 초지일관 변함이 없는 것 같다. 그의 다른 방송에서의 인터뷰를 봐도 그의 대답은 항상 동일하다. 한마디로 자신에게 이런저런 테클거는 것은 코메디고, 글 쓰게 자신을 걍 놔둬달라는 거다. ^^ 그와 대한민국을 함께 생각해 보면..대한민국이라는 사회나 마광수라는 개인이나.. 서로 다른측면에서 두루두루 참~ 안타갑다 라는 생각이 든다.
어쨋거나 남의 말하기 좋아하고, 생각없이 태클거는 사람들이 많은 사람들은 좀 곰곰히 읽어볼만 할 것 같다. 뭐 그렇다고 남의 말하기 좋아하고, 생각없이 태클거는 사람들이 일순간에 생각의 방식이 바뀌지는 않겠지만 말이다.
다시 봐도 내용이 재미 있다고 생각되는데.. 글쎄..나만의 생각일 수도.. 쩝. 자꾸 마광수 관련글이나 그의 글을 읽다보면.. 그의 주장에 동의하는 부분이 많은 것 같아서 문득 동지애를 느낌과 동시에..내가 쫌 마광수스러운 마인드를 소유한 건 아닐까..하는 생각도 든다. ^^;; 아무래도 난 마광수 팬인가 보다. ^^;
이전에 마교수를 잘 몰랐던 사람으로서..그의 주장을 보면..그를 반대하는 주장과 달리 상당히 설득력이 있는 주장을 고수하고 있는 것다는 생각이 든다. 한마디로 그의 주장이 더 옳다고 보여지며 공감된다는 거다.
근데..이문열씨가 당시 그의 체포를 잘했다고 한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쫌 껄쩍지근 함과 동시에 볼테르의 말이 생각나지 않을 수 없다.
“나는 당신의 의견에 반대한다. 그러나 당신의 말할 권리를 위해 함께 싸우겠다.”
마광수씨의 말처럼..같은 작가라는 동업자끼리가 아니더라도..타인의 생각/의견이 나와 맞지 않는다고해서 타인의 말할 권리를 빼앗는 국가의 꼬라지스러움을 보고 잘했다고 한 것은 상당히 당혹스럽지 않을 수 없다. 그래도 명색이 대한민국에서 젤 잘나가는(요즘은 아닌 것 같지만) 작가라는 분께서..쩝. 한마디로 심히 씁쓸하다 아니할 수 없는 것이며, 한마디로 대한국민의 수준을 드러낸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전 략)
마광수 : 우리나라가 소위 '민주화가 됐다'고 할 때에요. 김영삼 대통령 시절이었으니까요.
백지연 : 전혀 예상하지 못한 상태에서 긴급체포를 당하셨던 거죠?
마광수 : 아무리 무서운 박정희 대통령 시절에도 이런 일은 없었으니까. 그런데 그 책이 사회를 망쳤다는 명백한 증거도 없고 설사 그렇다고 하더라도 구속 사유가 되지는 않거든요. 증거 인멸, 출판한 책을 없앨 수도 없고, 도주 우려 내가 어떻게 도주를 해요? 학교에서 강의를 하는데. 저를 잡아간 검찰도 나쁘지만 구속 영장을 발부한 판사도 잘못된 거죠. 제가 제일 화가 났던 것은 재판 당시 검사와 판사가 이렇게 물었어요.
"당신 이거 해보고 썼지?" 이건 기초도 모르는 무식한 이야기라고요. 소설을 뭐라고 합니까? 픽션, 허구 쉽게 말해서 '그럴듯한 거짓말'이라고요. 소설 속에서 살인을 하고, 요새 소위 '범죄소설'이 많이 나오죠? 그런 소설을 쓴 작가한테는 '너 죽여보고 썼지?'이렇게는 안 물어봐요. 그런데 야한 소설을 쓰면 '해보고 썼지?'라고 물어본다고요. 이건 코미디예요.
저는 그 이후로도 '한국이 민주화가 됐다'든지 'OECD 국가 몇 위이다'라는 말은 안 믿어요. 최근에도 제가 깜짝 놀랐던 일이 미네르바를 잡아간 거예요. 그것을 보고 가슴이 철렁했어요. 저런 일이 또 벌어질 수 있겠구나. 다만 미네르바와 저의 차이점은 그분은 1심에서 무죄가 됐고, 물론 검찰이 항소를 했지만요. 저는 2심, 3심이 다 유죄였어요. 그래서 학교에서도 잘렸죠.
백지연 : '표현의 자유'라는 큰 틀에서는 같지만 내용적인 면에서는 차이가 있죠?
마광수 : 그런데 '어떤 것이 야한 것이다'라는 것은 법에도 없어요. '야하다'의 기준이 판사의 결정에 의해서 정해진다는 건, 엿장수 마음대로인 거죠.
백지연 : 2개월 동안 지내시면서 (구치소) 생활은 어떠셨어요?
마광수 : 2개월 동안 벌벌 떨었죠. 너무 추워서...우리나라 아직 멀었던데요? 제가 잡혀갔던 때가 10월 말이었거든요. 그런데 불을 안 때 줘요. 서울 구치소에 난방이 아예 없어요. 또 벌벌 떨었던 것이 징역이 몇 년이 나올지 알아야 말이죠. 안 그래요? 1년이 나올지, 2년이 나올지 집행유예가 될지 알 수가 없잖아요. 누구나 잡혀가면 벌벌 떨죠 제가 독립운동가도 아니고...잡혀갈 것 예상하고 뭘 외친 것도 아니잖아요. 그 다음에는 분노, 한국에 대한 실망, 한국에서 태어난 슬픔. 이런 것을 다 느꼈죠.
백지연 : 그런데도 20여 년 동안 계속 비슷한 부류의 작품을 쓰신 이유는 어떤 건가요?
마광수 : 그건 마광수의 소신이죠. 소신이고...거창하게 이야기하면 하나의 사명감이죠. 지금은 성에 대해서 떠드는 사람이 너무나 많아졌어요. 그런데 성 문학을 하는 사람은 없어요. 아직도...제자 중에 작가들도 많은데 술을 먹다가 농담처럼 이런 이야기를 많이 해요. '너희들은 나보다 젊은데 왜 내 소설보다 안 야하냐?' 그러니 항상 제가 표적이 될 수밖에 없는 거예요. 그런데 야한 외국 소설은 칭찬해요.
백지연 : '작가로서 글을 쓰는 건 상상력이고 또 금지된 것에 대한 도전이다'라는 말씀을 하시잖아요.
마광수 : '금지된 것에 대한 도전'또는 '창조적 불복종'이라고 이야기 하죠.
백지연 : 당시 법원 측에서 이야기했던 설명은 아시죠? 사회통념에 비춰서...
마광수 : 그건 너무 추상적인 이야기죠. 사회통념이라는 것이 도대체 뭐예요? 야한 사람도 있고 안 야한 사람도 있고 그런 건데 그때 <즐거운 사라>를 보고 싱겁다는 사람도 많았어요. 진짜...지금도 야한 소설을 많이 쓰는데 독자들이 두 가지 반응을 보여요. '왜 이렇게 안 야하게 쓰느냐, 겁먹지 말고 써라'또는 '여전히 너는 야하냐, 이 나쁜 놈아'이런 식으로.
한국에서는 음란물. 일본에서는 베스트셀러백지연 : 그때 당시 법원에서 이야기 한 건 '예술성이 음란성을 덮지 못할 때는' 이렇게 표현했었어요.
한국에서는 음란물. 일본에서는 베스트셀러백지연 : 그때 당시 법원에서 이야기 한 건 '예술성이 음란성을 덮지 못할 때는' 이렇게 표현했었어요.
마광수 : 예술성이라는 것도..솔직히 <즐거운 사라>가 1년 뒤에 일본에 번역돼서 한국 소설 최초로 베스트 셀러가 됐어요. 그 기록은 아직도 깨지지 않고 있어요. 우리나라에는 일본 소설이 많이 들어오지만 한국 소설이 일본에 가서 베스트 셀러 목록에 들어간 것은 <즐거운 사라>가 유일무이한 한 권이에요. 제가 그 덕분에 일본에도 갔잖아요. 강연회도 가고, 일본 TV에도 나왔다고요. 아사히 TV에...일본에서는 잘 썼다고 이야기하는 거죠. '한국의 유교 도덕을 정식으로 비판하는 아주 용감한 소설이다.'이런 칭찬만 받았어요.
백지연 : 그건 어떤 차이가 있었을까요? 물론 독자들의 성향은 다르니까요.
마광수 : 성향이 다르죠 한국도 마찬가지란 말이에요. 대학생들만 봐도 홍대 앞의 클럽 문화라든가 연세대 학생들을 봐도 (요즘 세대)연애 풍속도를 본다면 <즐거운 사라>보다 더 야하죠. 물론 전체를 보면 아직 순결주의자도 있고, 소설이라는 것이 평균적인 가치를 쓰는 것이 아니에요. 특별한 사람이 나와야 재미가 있는 것이지. 평범한 사람이 소설에 나오면 재미가 없거든요. 그런데 <즐거운 사라>쓸 때에도 비교적 그런 아이들이 많았다고요.
백지연 : 그건 어떤 차이가 있었을까요? 물론 독자들의 성향은 다르니까요.
마광수 : 성향이 다르죠 한국도 마찬가지란 말이에요. 대학생들만 봐도 홍대 앞의 클럽 문화라든가 연세대 학생들을 봐도 (요즘 세대)연애 풍속도를 본다면 <즐거운 사라>보다 더 야하죠. 물론 전체를 보면 아직 순결주의자도 있고, 소설이라는 것이 평균적인 가치를 쓰는 것이 아니에요. 특별한 사람이 나와야 재미가 있는 것이지. 평범한 사람이 소설에 나오면 재미가 없거든요. 그런데 <즐거운 사라>쓸 때에도 비교적 그런 아이들이 많았다고요.
백지연 : 그럼 이걸 한 번 여쭤보죠 늘 말씀하시는 것이 '화장한 여자가 좋다'
마광수 : 그건 내가 그렇다고요.
백지연 : 그렇죠 개인적으로 '여자가 꾸미는 것이 멋있다'
마광수 : 그건 내가.
백지연 : 그리고 부지런 하면 꾸밀 수 있고..
마광수 : 그 이야기 하고 욕 많이 들었죠.
백지연 : '예쁘고 아름답게 꾸미지 못하는 사람은 부지런하지 않은 것이다'라고 말씀하셨다가 공격을 받으셨잖아요?
마광수 : 그것은 적어도 화장을 하고 학교에 오는 학생들을 보니까 남보다 일찍 일어나야 돼요. 부지런을 떨어야 된다는 거죠. 마찬가지로 '부지런한 학생들이 공부에도 부지런할 것이다'라는 의미로 이야기 한 것인데 그것이 와전이 됐죠.
백지연 : 어쨌든 지금 말씀하시는 것은 '여성은 꾸밀 때 아름답다?' 그렇게 말씀하신 것처럼 말도 표현에 있어서 더 아름답게 할 때 아름다운 것 아닌가요?
마광수 : 그러니까 각자 마음이라는 거예요. 각자 마음이에요. '화장하는 게 싫다'라고 얘기해도 그건 자유예요. 제가 저처럼 이야기 하라고 강요한 적은 없어요. 마찬가지로 저처럼 그로테스크(grotesque. 기괴한)한 것, 예컨대 긴 손톱에 새카만 매니큐어를 칠하는 것이 저는 아름다워요. 그건 그로테스크죠. 또 싫다는 사람도 있어요. 짧은 손톱에 분홍색 매니큐어가 예쁘다는 사람. 모든 게 각자 마음대로 되는 그런 사회를 원하는 거죠.
백지연 : 이렇게 여쭤봐도 될까요? 나의 표현이 설령 아름답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마광수 : '넌 그러냐, 난 이래' 이런 사회가 되라는 거죠.
백지연 : 나는 나의 문학이다.
마광수 : 그렇죠. 그런데 우리나라 사람들은 '너 왜 나랑 안 똑같아 너 나쁜 놈'이런다고요.
백지연 : 1989년도에 나왔던 소설 제목 자체가 <나는 야한 여자가 좋다>였어요. 그때부터 질문이 많이 나왔는데 '야하다'라는 말의 표현을 달리 하시잖아요?
마광수 : 나는 '야하다'의 어원이 한자로 '들 야(野)'라고 했죠. '자연의 본성에 충실하다'라고 했는데 그때 '야하다'는 말이 그렇게 발칙했었나 봐요 그러니까 학교에서 징계까지 했죠. 지금은 '섹시'가 콘셉트 아니에요? 텔레비전을 봐도 '섹시하다'고 이야기하면 칭찬이라고 좋아한다고요. 그런데 그때는 '야하다'라고 하는 게 욕이었어요.
백지연 : 그러면 20여 년 전에 그 책을 내지 않고 요즘 시대에 그 책을 냈으면?
마광수 : 아무 반응도 없었을 거예요. 사상을 가지고 따질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야하다'라는 것이 죄가 될 수는 없겠죠.
백지연 : '야하다'라는 개념을 가지고 근본적으로 하시고 싶은 말씀이?
마광수 : '내숭 떨지 말고 솔직해지자'는 거예요.
백지연 : '내숭 떨지 마라'그러니까 가면을 쓰지 마라?
마광수 : 네. 한국 사람들이 반드시 고쳐야 할 점이 이중성이에요. 쉽게 말하면 '낮에는 신사, 밤에는 야수'예요.
백지연 : 그런 사람들도 있죠.
마광수 : 예컨대 성(性) 산업을 가지고 이야기를 하면 세계에서 우리나라만큼 밤 문화가 발달된 나라가 없어요. 성매매 단속을 한다고 하지만 여전히 엄청나게 행해지고 있고..그런데 낮에는 야한 책 한 줄 썼다고 잡아가. 이런 이중성. 이게 아이 때부터 몸에 밴 거예요. 그러니까 거짓말쟁이가 되는 거죠. 저는 거짓말쟁이가 되지 말자는 거예요. 솔직히 섹시한 거 싫어하는 사람이 어디 있어요? 다 좋아하지.
백지연 : 이중성에 대한 경고나 이중성에 대한 질타를 위해 글을 쓰고 싶으셨다...
마광수 : 그렇죠.
백지연 : 그렇다면 표현적인 면은 조금 고칠 수도 있었을 텐데 그런 타협도 싫으셨던 건가요?
마광수 : 아니 타협을 하죠. 그런데 타협을 해도 (심의에) 걸리나 봐요. 한국이 진짜 싫어요. 나는 이 나라에 태어난 걸 너무 억울하게 생각해요. 나는 일본에서만 태어났어도 날개를 달았을 거예요. 유럽이나 일본 같았으면. (이 나라가)기계 하나를 망친 거예요. 문화도 산업이라면서요. 그럼 저는 문화의 기계예요. 잘 돌아가는 기계를 자꾸만 발길로 툭툭 차서 고장을 내는 거예요.
왜냐하면 글을 쓸 때마다 자기검열을 하게 되니까... 그런데 그 기준을 알 수가 없는 거죠. 판사마다 마음이 달라요 기준을 제시해서 '이렇게 쓰면 잡아간다'이렇게 쓰면 판매금지 시키겠다'이런 기준도 제시하지 않아요. 막연히 '음란하면 안 된다'예요. 그러니까 지금도 글을 쓸 때 손에서 쥐가 날 수밖에 없죠. 예컨대 '국가보안법'이 그런것 아닙니까? 국가보안법 적용이 많이 약화되기는 했지만 일단 잡으라면 또 잡는 거 아니에요?. 우리나라 형법에 '음란죄'가 있어요. 이것 자체가 없어지지 않는 이상 저는 항상 잡혀갈 수가 있는 거죠. 게다가 재작년에 <즐거운 사라>가 또 걸렸어요. 제 인터넷 홈페이지가 있어요. 거기에 제 왕 팬이 <즐거운 사라>를 전부 손으로 쳐서 올렸거든요. 그래서 또 걸렸어요.
백지연 : 직접 올리신 것이 아니군요?
백지연 : 직접 올리신 것이 아니군요?
마광수 : 그렇죠. 그래도 어쨌든 제 홈페이지에 올라간 게 됐으니까요. 그래서 또 걸렸어요. '정보통신 윤리법'에 걸려서요. 그래도 이번에는 잡아가지는 않더라고요. '불구속 기소'더라고요. 그래도 유죄야 유죄. 벌금형. 이번에는 항소도 하지 않았어요. 하나마나야. 너희들은 안 믿는다. 제가 <즐거운 사라>로 전과 2범이에요.
백지연 : 아까 말씀하신 것 중에 '어떻게 법원이 음란성을 판단하느냐' 또 '기준도 없다'고 말씀하셨어요. 그렇다면 만약에 직접 기준을 제시하신다면?
마광수 : 기준은 제시할 수도 없고요. 솔직히 선진국을 예로들 수 밖에 없어요. 유럽에서는 이런 일이 있을 수도 없고 제가 잡혀간 일이 세계 신문에 다 났어요. 일본 신문에서는 톱기사로 났고요.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에도 기사가 났어요. 그때 기사로 났던 내용이 '아직 한국이 이런 나라다' 이런 거예요. 일본에서는 신나게 보도했다고요. 왜냐하면 고소한 거죠. '한국 수준이 이렇다' 창피한 일이었다고요. 그러니까 우리나라 시스템 자체가 바뀌지 않으면 진짜 민주화가 되지 않으면 (앞으로도) 얼마든지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다고요.
백지연 : '예술이 재판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생각하시는 거죠?
마광수 : 19세기에 예술을 놓고 재판을 한 적이 있는데...보바리부인 (프랑스의 작가 구스타브 플로베르의 장편소설 - 주인공의 행동을 노골적으로 묘사 풍기문란 혐의로 기소됐으나, 결국 무죄로 판결.) 같은 것. 이것도 구속은 아니고 판매금지시킬 것이냐 말 것이냐 하는 재판이었어요. 그런데 우리나라는 사람을 완전히 죄인 취급했고 <즐거운 사라> 판매금지가 아직도 풀리지 않고 있어요. 지금도 판매금지는 여전해요. 우리나라의 경우에 판매금지는 재판도 필요 없어요. 문화부에 간행물 윤리위원회가 있잖아요. 그곳에서 계속 검열을 하잖아요.
저는 검열기관이 있다는 것도 이해가 안 되고요, 한국은 아직 멀었다 이거에요. 저는 한국에 절망했어요. <즐거운 사라> 사건이 있고 20년이 지났는데 달라진 것이 있느냐..하나도 없어요.
백지연 : '한국이 달라지지 않아서 절망했다'고 표현하셨는데 사실은 20여 년 동안 마광수 교수님의 작품 세계도 변하지 않으셨잖아요?
마광수 : 저는 꿋꿋하게 가고 있죠. 언제 꺾일지는 모르겠지만...
백지연 : 꺾일 수도 있을까요?
마광수 : 지칠 수도 있죠, 제가 늙었잖아요. 그리고 이제는 싸우기가 싫어요.
백지연 : 그렇다면 문학작품에서 표현의 자유는 무한대로 누려져야 한다고 보십니까?
마광수 : 저는 무한대죠. 아까 예를 들었잖아요. 살인 사건 예컨대 요새 잘 나가는 영화들이 뭐예요. 작년에 <추격자>, <살인의 추억> 다 죽이는 영화예요. 소설도 그렇고요. 그런 건 안 잡아가잖아요. 그런데 꼭 성(性)과 관련된 것들은 먹잇감이에요. 심심할 때마다 기획수사를 한다고요. 퇴폐 단속 어쩌고 하면서.
백지연 : 거기에 관해서는 워낙 논쟁이 많으니까요.
마광수 : 그것을 넘어서야 해요. 유럽이나 일본은 이미 넘어섰어요. 그런 나라에서는 오히려 성 범죄가 적어요. 제가 늘 강조하는 것이 그거였어요. '하던 짓도 멍석 깔아주면 안 한다' 우리나라는 자꾸 막으니까 그런 것이지 스웨덴이라든가 프랑스라든가 일본처럼 그대로 놓아두면 오히려 저는 유명해지지 않아요. 더 이상 특이한 존재가 되지 않는 거예요. 다 그러니까. 그런데 왜 내가 특이한 존재로 남아야 하는가 이렇게 늙어서까지. 젊은 작가도 많은데 걔들은 나보다 더 거룩하게 쓰고. 역시 무서운 거죠. 잡혀가는 게 무서운 것이 아니라 매장이 돼요. 저는 매장 당했어요 사회적으로..
백지연 : '내가 그렇게 쓸 자유를 달라'고 말씀하시는 것과 마찬가지로...
마광수 : 내가 쓸 자유를 달라는 것은 물론이고 저 이외에 모든 작가들이, 문학만이 아니라 영화, 미술도 검열에 걸린 것들이 많으니까요. 미술도 누드 퍼포먼스 했다고 잡아갔잖아요. 연극도 잡아가고. 모든 예술에 대해서 진정한 표현의 자유를 주어야만 우리가 진짜 세계무대로 나아갈 수 있다는 거죠.
백지연 : 문학 박사이시니까요. 문학이 아까 말씀하신 것처럼 '금기된 것에 대한 도전'이기도 하고요 '끝없는 상상력'도 될 수 있지만
마광수 : 상상력의 모험이다.
백지연 : 또 책에 나오는 것을 보면 여러 가지 표현들이 나오잖아요. 동성애도 나오고요.
마광수 : 현실에 다 있으니까요.
백지연 : 그리고 시에도 나오고요. 그런 것들은 일반적으로 받아들이기에...
마광수 : 일부지만 현실에 있으니까 쓰는 거죠. 동성애는 몇천 년 전부터 있었던 거고요. 이제는 트랜스젠더까지 연예인이 되는 세상인데..동성애를 좀 쓰면 어때요?
백지연 : 그러니까 '내가 정의하는 표현의 자유란 끝까지 무한대로 느껴야 하는 것'이다?
마광수 : 그렇죠. 제가 가장 크게 주장하는 것은 '다원주의'예요. 다 '나처럼 되라'는 것이아니라 '나 같은 사람도 인정해 달라'는 겁니다.
백지연 : 그런데도 계속 글은 쓰시는 거고요?
마광수 : 그렇죠 나는 우리나라의 문학사를 계속 가르쳐오기도 했지만 우리나라 문학사는 변절의 역사예요. 해방 전 '이광수'작가의 변절을 시작으로 해방 후에 대표적인 변절자가 '서정주'시인인데 전두환 같은 사람 나오니까 아부하는 시를 쓰고...그래서 나는 '적어도 변절은 안 한다는 생각을 갖고 글을 써왔고 이런 이야기도 많이 했어요. 왜 윤동주나 이상이나 기형도를 왜 그리 추모하느냐? 그것은 그들은 변절할 기회를 박탈당했기 때문이라는 이야기를 할 정도로 우리나라 작가들을 보면 젊은 나이에는 패기있게 글을 쓰다가 나이를 먹으면서 달라져요.
백지연 : 어떻게 달라지나요?
마광수 : 일단 보수적으로 변하고, 제일 나쁘다고 보는 것은 권력에 붙고 이런 것이죠. 보수적이라는 것이 나쁘다는 건 아니에요. 그런데 처음부터 보수적이었던 사람이 계속 보수적이라면 일관성이 있는 거예요. 그런데 젊은 시절에는 패기 있게 일종의 야당 노릇을 하다가...사실은 작가는 야당이어야 하거든요. 언제나 항상 사회의 모순을 지적해주는 것이 작가의 역할이란 말이죠. 그러다가 사회에 영합하기 시작하고 심지어 권력에 영합해서 감투를 쓰는 작가들이 너무 많다는 거죠. 그런데 우리나라 작가들이 늙으면 그렇게 주책을 떨어요.
백지연 : 지금 '문인들이 50대가 되면 변절한다'고 말씀하신 것이 사회 이중성에 대한 고발도 담고 있으시지만 문학의 신성주의에 대한...
마광수 : 그렇죠. 처음에는 패기 있게 나와요. 그러다가 50대가 되면...쉽게 예를 들면 이런 거죠. 제가 대학에 있으면서 교수들과 대화할 때 제일 듣기 싫은 소리가 "요새 애들은 글렀다" 이런 이야기를 많이 해요.
백지연 : 시대마다 나오는 이야기죠.
마광수 : 그래서 '당신은 젊었을 때 어땠냐? 똑같았다'그 양반도 젊었을 때에는 놀았다고... 왜 (어느 시대나 사람들이)똑같이 50대에 접어들면 이렇게 변하나...쉽게 말해서 수구적으로 변하는 것이죠. 보수적인 것도 아니야. '보수적'은 사실 좋은 말이야. 수구적으로 변하는 거죠.
백지연 : 가지고 있던 것을 놓치기 싫어한다?
마광수 : 네. 기득권에 집착하고. 지금 386 세력이 욕을 먹는 이유가 그거 아니에요. 386 세대가 패기있게 시위하고 손뼉 치면서 386 정권을 만든 것 아닙니까? 그런데 이 사람들이 정권의 맛을 보고 나니까 또 다르게 나왔던 모양이에요. 나는 정치는 잘 모르지만 그래서 386 세력을 욕하는 분들이 많잖아요. 예를 들면 그런 것이죠. 나이만 먹으면 이상하게 친권력적이게 되고 수구적으로 변하게 된다.
백지연 : 특히 교수사회에 대해서 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셨나요?
마광수 : 아..교수사회에서 내가 너무 많이 당했기 때문에 할 말이 많죠. 어느 대학마다 교수들이 자신의 본분을 잃어버리고 권력을 탐합니다. 우리나라처럼 교수 출신의 장관이나 국회의원이 많은 나라가 없습니다. 학교 안에서도 전 평교수가 제일 좋아요. 감투를 씌워주지도 않지만..학교 내에서도 감투싸움이 굉장해요, 아시죠?
백지연 : 보직.
마광수 : 네. 보직을 맡으면 재임용에서 탈락 당할 우려도 없어요. 왜냐하면 보직 자리에 있는 사람이 재임용 탈락 여부를 심사하니까. 그래서 그런 모습들을 보고 있으면 참 실망스럽죠. 그래도 대학이라는 곳이 최후의 보루인데 가장 깨끗해 보이는 동네인데도 서로 (교수 사회의) 패싸움이 심하고, 집단 따돌림이 있고, 보복이 있고 또 파벌이 있어요.
백지연 : 그런데 그 사회를 떠나시지 않는 것은 어떤 이유인가요?
마광수 : 먹고 살아야죠. 제가 괜히 공부했어요? 교수 자격증, 박사학위까지 땄잖아요. 제 직업이죠, 직업. 저더러 '왜 교수를 그만두지 않으냐'이야기 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그 사람들이 참 얄밉다고..먹고 살려고 하는 게 잘못입니까? 내가 무자격으로 뇌물을 주고 교수가 된 것도 아니고.
백지연 : 사실 요즘 입시에서도 눈술이 중요하잖아요? '예술이냐, 외설이냐'그 경계에 대해 이야기 할 때요...
마광수 : 네. 논술 예상 문제집을 보니까 제 이야기가 많이 나오더라고요. 그런데 가르치면 뭐해요 정답이 뻔하던데...대개 정답은 '예술은 외설의 규정은 모호하다. 그러나...'(뒤에) 그러나가 붙지요. '그러나 지나치게 사회를 문란하게 할 가능성이 있는 것은 자제해야 한다.' 이제 '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정답으로도 나와있지 않아요.
백지연 : 만약에 연세대 교수로 계시니까요 만약에 표현의 자유와 법원의 판결이 상충될 때 마광수 교수님이 예를 들어서 눈술문제가 나온다면 모범답안을 어떻게 제시하시겠어요?
마광수 : 제가 바라는 모범답안은 완전히 (자기) 주관대로 쓰는 것이죠. '죄를 지어서 벌을 주어야 한다'고 써도 좋고 '절대 무죄이다'라고 써도 좋고 소신껏 쓰게 만들어 줘야죠. 그런데 우리나라 교육에서는 그렇게 쓰면 점수가 깎여요. 우리나라 논술학원에서도 그렇게 가르쳐요. '소신있게 쓰지 말아라'적당히 써야 점수를 받는다'
백지연 : 그렇지만 마광수 교수님께서 직접 채점을 하신다면 점수를 깎지 않겠다?
마광수 : 저는 채점을 할 때 독창성에 중점을 두고 채점을 했었거든요. 보통 채점을 5명이 해요. 꽤 공정하게 한다고요. 그래서 평균을 내거든요. 그런데 저는 소신껏 쓴 답에 점수를 줬죠. 그런데 교수들마다 또 다릅니다. 말하자면 우리나라에서는 '형평성'에 대해 되게 겁을 내요. 그러니까 채점자의 주관이 너무 반영되면 안 된다는 것이죠. 그럴 바에는 시험을 왜 보느냐는 거예요.
백지연 : '우리나라가 형평성에 대해 너무 신경을 쓴다'고 말씀하셨지만 사실, 잘못된 법관 한 명이 잘못된 판단을 하는 것처럼요...
마광수 : 재판을 당해보니까 판사는 무서운 직업이더라고요. 판사님들은 거의 모두가 지옥에 갈 것 같아요. 오판이 얼마나 많아요?
백지연 : 그러니까 오판이 있을 수도 있는 것처럼 교수들도 채점 시 오판을 할 수도 있기 때문에 기준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마광수 : 우리나라 현 실정을 보면 저는 교육자로서 논술은 폐기되어야 한다고 봐요. 논술시험은 의미가 없어요. 제 개인적인 생각은 그래요.
백지연 : '사실 동료 교수들의 배척이나 따돌림으로 고충이 많았다'고 말씀하셨지만 반면에 지지하는 분들도 많으셨거든요?
마광수 : 지지해 주시는 분들이 많으셨으니까 지금도 제가 살아있죠.
문학은 도덕적 설교도 아니고 당대의 가치관에 순응하는 계몽서도 아니다. 문학은 기성도덕에 대한 도전이어야 하고 기존 가치체계에 대한 창조적 불복종이요 창조적 반항이어야 한다.
백지연 : 해직과 복직이 계속 반복되셨잖아요?
마광수 : 두 번이나 잘릴 뻔..잘렸죠. 그러다가 다시 복직을 했죠.
백지연 : 강의가 폐쇠되었을 때 심경은 여쭤보니 마나겠습니다만 어떠셨어요?
마광수 : 그때 정말 뭐랄까 너무 싫죠. 그렇다고 해서 제가 사표를 내고 나올 수는 없잖습니까? 그게 제 직업인데.결국 저는 싸움꾼이 아닌데 싸움꾼이 돼버렸죠. 예컨대 <즐거운 사라> 필화 사건으로 인해서 쫓겨났을 때에는 제가 무학점 강의를 했어요. 학점 없이 강의 개설을 했죠.
백지연 : 그게 가능한가요?
마광수 : 가능하지 않죠. 빈 강의실에서 강의를 했는데 매번 백여 명의 학생들이 와서 들었어요. 그걸 2년이나 했어요. 서울대 김민수 교수도 무학점 강의를 했잖아요. 나는 투사는 아니지만 하는 수 없이 투사가 되더라고요. 왜냐하면 옆에서 밀어주는 지지 세력인 학생들이 있으니까요 학생들이 (제 복직을 위해) 엄청난 운동을 했죠.
백지연 : 대학교수가 처음 되셨을 당시 젊은 나이로는 드물게 교수가 되셨잖아요.
마광수 : 스물여덞. 정식교수가 된 것은 스물여덞이고, 강사는 스물다섯부터 했고.
백지연 : 박두진 시인이 추천을 받으셨잖아요? 그 당시에 박두진 선생님께서 마광수 교수님의 어떤 점을 높이 사셨을까요?
마광수 : 지금 기억나는 게 심사평에 '당돌하다'고 쓰셨어요. 그때도 야한 시를 썼거든요.
백지연 : 개인적으로 좋아하시는 작가는 어떤 분이세요?
백지연 : 개인적으로 좋아하시는 작가는 어떤 분이세요?
마광수 : 우리나라 작가들 중에는 아무도 없어요.
백지연 : 왜 아무도 없을까요?
마광수 : 없어요. 다 보수적이라..심지어 이문열 씨는 <중앙일보>에 제가 잡혀간 다음 날 '잘 잡아갔다'고 썼어요. 같은 동업자가..
백지연 : 그건 또 그분의 판단일 수 있지 않았을까요?
마광수 : 아니죠. '이 소설은 절대 맘에 안 든다'고만 썼어야지. '잘 잡아갔다'고 쓴 것은 말이 안 되는 거죠. 소설을 비판할 자유는 있어요. 내가 이문열의 소설을 싫어하듯이 '나는 마광수의 소설이 정말 싫다'는 걸로 끝났어야지 그런데 잡아가는 것을 찬성했다고요.
백지연 : '우리나라 작가들이 보수적이어서 싫다'고 하셨는데 아까 말씀하셨듯이 보수 자체를 나쁜 것이 아닌데 수구라는 것이 싫으시다는 거잖아요
마광수 : 그렇죠. 제가 보통 이렇게 이야기 하죠. 수구적 봉건 윤리. 수구적 봉건 윤리에 젖어있어요. 그 대표적인 작품이 <토지>와 같은 소설이에요. 한국에서 제일 존경받는 분이 박경리 선생인데 난 토지같은 게 너무 싫어. 양반집안 어쩌고 저쩌고 전통지키자 이런 거 너무 싫어. 나는 조선시대가 싫거든.
백지연 : 지금까지 계속 말씀해오셨던 것은 개인의 판단이시니까...
마광수 : 전 그래요. '혼', '뿌리' 이런 건 무조건 싫어요.
백지연 : 요즘에 각광받고 있는 젊은 40대, 여류 작가들도 있고요...
마광수 : 젊은 작가들도 싫어요. 제자 중에 제일 유명한 작가가 공지영 씨인데 공지영 씨가 제 강의를 많이 들었거든요. 또 신경숙, 근래에 나온 신경숙 씨의 <엄마를 부탁해>를 읽었는데 너무 싫더라고요. 지금에 와서 무슨 효도를 하자는 얘기에요 핵가족 시대에...이건 완전히 보수, 수구 소설이던데. 이건 제 개인의 의견이에요. 전 개인적인 의견을 말할 수 있는 자유가 있습니다.
백지연 : <엄마를 부탁해>의 경우에는 '효 자체를 말한다'기 보다 '엄마'라는 존재를 다자적 관점에서 바라본 부분도 있는 것 아닌가요?
마광수 : 어쨌든 '효도를 하자'는 것이더라고요. 저는 심지어 이런 글도 썼거든요. '나는 모성애조차도 의심한다' 요즘은 애를 낳지 않겠다는 사람도 늘어나고 있는데 (소설에서는) 많은 형제들이 '엄마'엄마' 하면서 울먹이는 <엄마 찾아 삼만리> 같은 소설이더라고요. 이런 소설이 많이 팔리는 걸 보면서 '한국 사람들이 이상하게도 굉장히 봉건적이구나'라는 생각을 했다는 거죠.
마광수 : 어쨌든 '효도를 하자'는 것이더라고요. 저는 심지어 이런 글도 썼거든요. '나는 모성애조차도 의심한다' 요즘은 애를 낳지 않겠다는 사람도 늘어나고 있는데 (소설에서는) 많은 형제들이 '엄마'엄마' 하면서 울먹이는 <엄마 찾아 삼만리> 같은 소설이더라고요. 이런 소설이 많이 팔리는 걸 보면서 '한국 사람들이 이상하게도 굉장히 봉건적이구나'라는 생각을 했다는 거죠.
백지연 : 나는 앞으로 남은 시간 동안 이런 글을 써보고 싶다'를 여쭤봐도 역시 대답이 같으실까요?
마광수 : 제발 공포심 느끼지 않고 마음대로 쓸 기회를 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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