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ctober 17, 2014

관계
relationship


"관계(인연)", 유봉희
모든 끝은 소리를 낸다 
 단지 들리지 않는 소리가 더러 있을 뿐 
모든 끝에는 소리가 있다 

부엌에서 십년을 쓰던 플라스틱 바가지 
오늘 아침 한 바가지 물을 토하며 깨져버렸다 
왈칵 물을 쏟아내며 처음으로 소리를 냈다 
복숭아빛 몸체는 바래서 허옇게 부풀고 
이것저것 담아내던 단단하던 밑동은 
살얼음처럼 얇아져서 터져 버렸다. 
안간힘을 쓰며 조마조마하게 버티다가 
끝자리에서 소리 한번 시원하다 

상점에서 덤으로 붙어온 플라스틱 바가지 
깨어져서야 처음으로 식구들의 관심을 받으며 
재활통으로 가는 그녀, 
끝나는 인연은 없다고 
다음 인연으로 이어지는 시간이 
조그맣게 쉼표를 찍고 있을 뿐이라고



***

더러운 인연도 인연, 사소한 인연도 인연.
세상에 의미없는 인연은 없다.

하찮게 덤으로 딸려온 플라스틱 바가지가
인연끈고 마지막 가는 길에 소리 한번 요란했나 보다.

깨지고 작살이 나야 그제서야 관심받는
바가지 같은 우리네 인연도 저마다 소리를 내겠지..

비록 바가지의 인연은 끝이나지만 아직 끝나지 않은 다른 인연들의 무한반복.
바가지가 가면 양동이가 오고, 양동이가 가면, 대야가 오겠지..
인연들은 모습은 다 제가각각이다.

지금 우리 모두는 또 다른 인연을 위해 그저 작은 쉼표 찍고 있는 것.
다만 우리들의 인연이 행여 쪼개지더라도 너무 요란스럽게 뽀개지진 않기를..

사족: 가끔 예전에 섰던 글을 다시 볼때마다 이런저런 오류와 탈자등을 발견하게 된다.
이상하게 컴퓨터 자판으로 문장을 칠땐 화면에서 오타를 잘 발견하지 못하다가
나중에 문득 다시보면 꼭 몇개의 오탈자를 발견하게 된다. 환장하겠다.
예전에 맞춤법에 대한 나의 변명/생각을 올리기도 했지만 들락거리며
수정하는 것도 지겹고 쪽팔린것 같고, 매번 틀리는 것 같아서 좀 짜증난다.
그래서 요즘은 오류를 발견해도 그냥 놔둬버린다. -.-;; 수정하기 귀찮아서..쩝.
근데 왤케 자꾸 오탈자가 많이 생기는 거지..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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