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달음에 대하여-박현수
(2014년 <시산맥> 겨울호)
누군가의 말에 저도 모르게 박수를 치며 웃음을 터뜨릴 때 깨달음은
거기에 있다 버스를 타고 가다 아, 그랬었구나 하는 생각이 문득 들 때
깨달음은 거기에 있다 티브이를 보다가 맞아! 하는 말이 절로 터져 나
올 때 깨달음은 거기에 있다 어느 한 구절을 읽다가 마음 깊은 곳에서
밑줄을 그을 때 깨달음은 거기에 있다
깨달음은 이처럼 사소하고도 수다한 것이다 이처럼 비루하고도 천박
한 것이며 이처럼 낮으면서도 비근한 것이다 깨달음은 이처럼 적막할
까닭도 이처럼 충만할 이유도 없다 깨달음은 이처럼 신비롭지도 않으
며 신비로움이 다함도 없는 것이다 깨달음은 이처럼 시시각각으로 이
루는 것이며 깨달음은 이처럼 시시각각으로 잊히는 것이다.
***
깨달음은 첩첩상중 산사에 있는 것이 아니다.
시인의 말처럼 그것은
그처럼 비루하고도 비근한 것이다.
TV를 보다가, 밥을 먹다가, 멍때리다가..
문득 찾아오는 것이 깨달음이다.
그러나 그렇게 문득 깨달았을때
그 순간을 놓치지 말고 기억해야 한다.
시시각각 변하는 것이 상념이고 생각이다.
깨달았을때 다른 쓸데없는 생각과 상념이 끼어들면
깨달음은 자리를 내주어야 한다.
그러니 행여 문득 깨달음이 왔음을 알아차렸을때
그 순간을 놓지지 말고 그 깨달음을
다시 한 번 생각하고 그 깨달음을 보존해야 한다.
잊어버린 깨달음은 아무런 의미가 없음으로..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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