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cember 5, 2015

풀-김수영


풀 - 김수영

풀이 눕는다
비를 몰아오는 동풍에 나부껴
풀은 눕고
드디어 울었다
날이 흐려서 더 울다가
다시 누웠다

풀이 눕는다
바람보다도 더 빨리 눕는다
바람보다도 더 빨리 울고
바람보다 먼저 일어난다

날이 흐리고 풀이 눕는다
발목까지
발밑까지 눕는다
바람보다 늦게 누워도
바람보다 먼저 일어나고
바람보다 늦게 울어도
바람보다 먼저 웃는다
날이 흐리고 풀뿌리가 눕는다
***
개인적으로 이 시가 그렇게 임팩트가 있지는 않다.

​풀은 민중, 대중, 시민 등을 상징하는 것이라고 한다.
풀이 누웠다가 일어났다가 하는 것은​
민중/대중/시민의 좌절과 쓰러짐..그리고 다시 일어는 저항 등의
다이나믹성을 보여주는 것이라도 한다.
시민이건 대중이건 혹은 민중이건 그들은 대부분​ 눕는다.
강제로 눕힘을 당하기도 하지만 간혹은 스스로 알아서 눕기도 한다.​

아주 가끔 바람보다 먼저 일어나는 때가 있기는 하지만
그런 경우는 가뭄에 콩나듯할 뿐이다.
대부분의 "풀"들은 대부분 그저 누워지낸다.
​짐짓 훌쩍이기도 하다가
날이 흐리면 풀뿌리를 깊게 묻고 누워지낸다.

그들은 너무 많은 시간은 누워서 지내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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