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anuary 2, 2016

긍정적인 밥-함민복


긍정적인 밥 - 함민복
 
시(詩) 한 편에 삼만 원이면
너무 박하다 싶다가도
쌀이 두 말인데 생각하면
금방 마음이 따뜻한 밥이 되네.

시집 한 권에 삼천 원이면
든 공에 비해 헐하다 싶다가도
국밥이 한 그릇인데
내 시집이 국밥 한 그릇만큼
사람들 가슴을 따뜻하게 데워 줄 수 있을까
생각하면 아직 멀기만 하네.

시집이 한 권 팔리면
내게 삼백 원이 돌아온다.
박리다 싶다가도
굵은 소금이 한 됫박인데 생각하면
푸른 바다처럼 상할 마음 하나 없네. 

***

밥이 긍정적이기 쉽지 않은데..?
시집 한 권 팔려서 밥이나 먹겠는가
시인도 밥은 먹고 살아야지
그럴려면 시집이 어느정도는 팔려줘야지
그래야 밥이라도 먹지
자본주의에서 밥은 먹고 살아야 한다는 숙명은
필부나 시인이나 마찬가지다.
애써 긍정적인 것도 좋지만


한편으로 왠지 쓸쓸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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